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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Dec 16. 2021

목 엑스레이와 마주하다

이상하다. 

어느 날부턴가 통증이 시작되었다. 

특정한 자세를 해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불쑥불쑥 나타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목 오른쪽 편에서 찌잉하고 통증이 왔다. 

통증 4~6점 정도일까. 

그 순간 모든 생각은 마비된다. 

온 신경이 그 아픔에 집중된다. 

아이고. 이건 병원을 가야겠구나.  

최근에 목 디스크로 일을 쉬고 있는 지인 생각이 났다. 

‘나도 목 디스크는 아니겠지?’ 

근래에 오래 썼던 베개를 세탁기에 돌렸더니 라텍스가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래서 잘 안 쓰던 베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 때문인가. 

요즘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목 마사지를 안 해줬는데 그것 때문인가. 

(난 매일 아침 브레오로 목 마사지를 했다.)

아, 어쨌든 점심시간이 되자 동네 정형외과에 전화했다. 

다행히 오늘 물리치료도 가능하단다. 

일단 예약하고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진찰이 시작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엑스레이를 보신 의사 선생님 말씀. 

많이 심하단다. 

이 정도일 줄은. 

나의 목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설명해 주신다. 

화살표를 그리시면서.

정상적인 목은 앞으로 커브가 생기는 C자 모양인데. 

나는 일자목을 넘어서 완전 커브가 반대로 생겼단다. 

리버스 커브란다. 

내 목은 D의 ) 모양이 되어 버렸다.  

두통은 없었냐고 물으신다. 

두통은 잘 없었던 것 같다고…

팔 저림은 없었냐고 물으신다. 

무거운 거 들 때 외에는 괜찮았다고… 

지금 빨리 열심히 치료해야지. 

디스크 되기 전에 잘 치료해야 한다고 하신다. 

이런 증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하면서 하는 동작이 항상 고개를 숙이는 것인데. 

그리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아니면 컴퓨터 화면을 볼 때 고개를 숙이지 말고 최대한 올려서 보라고 하신다. 

아이고, 허리를 위해 모션 데스크도 사고 몇 백만 원 하는 의자도 샀건만, 목을 신경을 못 써줬구나.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고, 주식을 한다고 

그렇게 핸드폰을 많이 보고 오래 봤다.  

참 이상한 것이 브런치 글은 핸드폰으로 써야 잘써지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집중도 참 잘된다. 글 쓸 때는.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이후 습관을 바꿨다. 

핸드폰은 최대한 위로, 손으로 올려서 보기. 

아이고. 무겁다. 

그리고 책상과 의자에 앉는 것. 

따뜻한 방바닥에 앉는 것은 놀 때만. 

TV 볼 때만 하는 것으로 하자. 

바닥에 앉아서 핸드폰 하는 것을 참 좋아했건만. 

이젠 조금만 하자.  

목이 이렇게 변할 때까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면 미안해진다.

머리를 받들고 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데콜테 마사지받을 때 났던 우둑우둑 소리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브레오 마사지 기계가 오른쪽 목에서만 유독 드득드득 소리를 내는 것은 나의 몸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아,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라도 알아서.’ 

자주 치료받고. 

자주 운동해줘야겠다. 

알고 보면 우리 몸은 참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응을 하며 변형을 한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르면 이렇게 말을 한다. 

“이봐, 이제 그만.”  

“목아, 목아. 고맙다. 이제 소중히 해줄게.”  


그렇게 난 내 목 엑스레이 사진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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