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명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명품인지 누가 알 수 있어요? 옷에 쓰여 있나요? 보이지도 않는데.
물론 멀리서도 확연히 보이는 신발이나 가방들도 있다.
옷도 보면 문양 자체가 그 브랜드의 로고이거나 단추에라도 브랜드를 나타내고 있다.
남성의 3가지 품목이라 불리는 차, 시계, 벨트도 타인의 시선 프레임 안에 있는 것들이다.
예전에 덴마크에 갔을 때 현지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다.
덴마크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를 많이 한다고.
그래서 가구나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다고.
스칸디나비안 인테리어가 각광을 받고,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나온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우리의 소비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나만을 위한 소비는 없는 것일까.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본인만을 위해 화려한 속옷을 입는 수현을 보면 소비의 이유가 꼭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는 소비.
소중한 나를 위해 바치는 소비.
이런 소비의 특징이 있다.
그 물건을 만지거나 다룰 때마다 소중히 하고 혼자 흐뭇해한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게 화려한 속옷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성능 좋은 스피커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만년필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의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오피스에서 쓰는 의자라면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재에서 쓰는 의자라면.
다른 사람이 집에 오는 일도 드물거니와 혹여 오더라도 서재를 둘러보는 일은 잘 없다.
오카무라 콘테사.
김광준 님의 "생활명품"이란 책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된 브랜드이다.
슬기로운 생활명품도 이곳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예전에 그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몇 개 적어뒀었다.
나의 수입이 허락하는 한에서 하나씩 그것들을 사보거나 경험해 보았었다.
그리고 아직 사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오카무라 콘테사.
그래서 나의 드림 리스트에까지 올라있었다.
관심은 계속 가지고 있었기에 의사모에도 가입을 했었다.
하지만 오카무라 제품에 대한 정보는 잘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를 않았다.
외국 사이트에는 검색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정보가 없었다.
집에 책상을 들여놓지 않았는 데 논문 쓰는 일이 본격화됨에 따라 책상과 의자가 필요해지게 되었다.
책상은 구매를 했고, 그에 맞는 의자를 구매해야 했다.
식탁 의자는 가죽이라 땀이 너무 찼다.
의자가 필요한 데 저렴한 것을 그냥 사고 싶진 않고.
마침 직장에서 건물 이사를 한다고 다량의 오피스 가구가 버려진 적이 있었다.
그때 의자도 나왔다.
그래서 의자 하나를 끌고 왔다.
하지만, 역시나 하자가 있는 의자였던 모양이다.
한쪽이 기울어져서 오히려 허리가 아픈 것이다.
다시 갔다 놨다.
그리고, 난 의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알아나 보자 하고 콘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살 수 있는 방법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좋은 지 어떤지 직접 앉아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그 회사와 컨텍이 되었다.
그 회사에 가면 앉아볼 수 있단다.
그래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다.
가서 앉아봤다.
십 년도 전에 읽었던 "생활명품"에 나왔던 콘테사는 구모델이 되었고, 이제는 콘테사 2가 있었다.
가죽 시트에도 앉아보고 패브릭에도 앉아봤다.
몇 개를 앉아봤는 데 다들 좋은 의자여서 편한 느낌은 있었다.
의자 전문가는 아닌지라 무엇을 봐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었다.
그러나, 막상 또 보면, 앉아보면 애착이 생기기 마련이다.
본래는 B2B만 하는 곳인데 살 수도 있다고 하셨다.
또, 원하면 소재나 색깔도 고를 수 있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그 색깔들도 샘플을 볼 수 있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단어인 sage라는 색도 있었다.
색깔도 마음에 들었다.
또 헤드레스트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헤드를 할 것인지 옵션도 선택할 수 있었다.
며칠 고민을 한 끝에 난 구매를 결정했다.
오피스에서 쓰는 사람들은 보통 블랙을 많이 한다고 하는 데 나는 집에서 쓸 것이기 때문에,
또 고를 수 있는 데 굳이 블랙을 할 이유가 있나.
난 sage. 민트 계열 색을 골랐다.
프레임은 흰색.
헤드는 헤드레스트.
몇 주는 걸려서 이 의자를 받았던 것 같다.
색깔을 골랐기 때문에 또 제작이 필요했다.
기다리면서 유튜브를 보며 이 의자에 대해 알아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
역시나 일본 제품이라 그런지 일본 유튜버들이 영상을 좀 올렸었다.
제품을 드디어 받고 이용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또 의자가 생긴 이후에 자주 앉지는 않았다.
소유욕과 소유하고 난 이후의 감화된 욕망이랄까.
바닥에 앉아서 탁자에서 작업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의자에 앉으면 먼가 본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좀 내버려 두다 거의 1년은 다되어가는 요즘 목이 아파 물리치료를 시작하면서 책상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헤드레스트가 너무나 좋은 것이 아닌가.
목이 자꾸 아래로 떨어지려 하면 이 헤드레스트에 목을 갖다 대었다.
그러면 그 각도나 편안함이 아주 좋았다.
목을 잘 받쳐줬다.
바른 자세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줬다.
이제는 의자 자체에도 익숙해진 터라 편해졌다.
처음에는 이 위치가 맞나 해서 시트를 막 이동시켰었다.
그리고, 이 의자와 조합이 잘 맞는 책상도 있다.
모션 데스크.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모션 데스크를 올려서 서서 하기도 한다.
이 조합이 아주 환상이다.
이렇게 난 요즘 이 의자를 재발견하고 즐기고 있다.
혼자 흐뭇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