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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Apr 24. 2022

출간 후 달라진 것들

"내가 결혼식에 가는 이유" 출간 그 후

모 연예인이 말했다.

친구는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내 결혼식에 온 친구와 오지 않은 친구.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내 결혼식에 온 친구들이 참 고마워서 웬만하면 그 친구 결혼식에는 간다고.

결혼식에 가자면 그날 하루 스케줄은 비워야 한다.

결혼식에 꾸미지 않고 갈 수는 없지 않나.

옷도 예쁜 옷을 입어야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결혼식에 가기 위해 옷도 마련한다.

그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대한 치장하고 누군가의 결혼식에 간다.

자가로 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또는 장거리 버스를 타거나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간다.

짧으면 30분 길면 반나절에서 하루 동안 진행되는 그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그렇게 와준 친구들이 참 고마울 것이다.

나를 축하해주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지금 이곳에 와준 것이기 때문에.

그날 이후로 그 친구들은 기억에 계속 남을 것이다.

아직 미혼이기에 그 경험은 없지만, 이번에 출간을 하면서 그와 같은 기분이 이런 거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나의 책을 사준 친구들을 기억할 것 같다.


브런치에서 썼던 이야기가 30편 이상이 되어 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와 부크크라는 출판사가 연결되어 있어서 쉽게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바로 책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나는 책 출판이 승인되고 ISBN 번호를 받기까지 POD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내 책이 완성된 후 봐보려고 하는 순간 깨달았다.

그렇다.

내 책은 POD로 출판되는 책이었다.

POD는 Print-on-demand였다.

즉, 주문을 해야 인쇄가 들어가는 출판 형식이었다.

부크크 책은 그렇게 발행된다.

즉, 내 책의 출간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서점에서 내 책을 만져보며 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책을 만들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이것도 또 하나의 배움이려니.

POD는 장점도 있다.

나중에 잉여 책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없는 것이 그 장점이다.

그리고 이번에 받아봐서 알게 되었지만 인쇄 퀄리티가 꽤 좋다.

종이도 반짝반짝 실크 같기도 하고, 잉크도 진하고 반짝반짝하는 느낌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해 인쇄되는 책이다.

단, 그 인쇄를 하기 위해 주문을 하고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빠르면 5일 안에 오기도 한다.

그렇게 난 내 책을 받아보기도 전에 승인을 완료하고, 내가 직접 주문을 해서 나의 첫 책을 받아봐야 했다.

이렇게 POD라는 것을 배웠다.

부크크에서 파는 책들은 외부 유통에 신청할 수가 있다.

예스 24와 알라딘, 그리고 교보문고.

외부 유통 신청 후 바로 처리되지는 않고 보통 3주 안에 된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되지는 않고 조금 기다려야 했다.

먼저 내 책을 받아보고 외지나 속지 등 전체적인 인쇄 상태나 모양을 확인해봤다.

그렇게 PDF 파일로 컴퓨터로 여러 번 보고, 마지막에 인쇄해서 확인도 해봤지만,

책으로 직접 받아봐야 보이는 고치고 싶은 것들도 발견된다.

일단은 이것도 이 책 나름의 특징이기에 그대로 뒀다.

그리고 외부 서점에 승인되기 전부터 홍보를 시작했다.

나의 지인에게.

친구들에게 알렸다.

단톡방에 알렸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보면서 자주 연락하는 지인, 자주 연락 안 하는 지인 모두에게 알렸다.

내 책을 구매할 수 있는 부크크 사이트와 함께.

친구들에게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

축하한다고.

어떤 지인에게는 direct로 사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지인에게는 출간 소식만 알렸다.

참 고마웠던 것이 내 카톡을 받자마자 주문을 바로 해준 것이다.

바로 주문내역이 담긴 화면을 스크린샷해서 보내주었다.

그게 참 고마웠다.

어떤 친구는 두 권을 사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다섯 권을 사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자기가 보고 또 다른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줬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자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해줬다.

“궁금하기도 하고 널 응원하고 싶으니까”라고.

그 말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난 내 친구들에게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 친구들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해주었나 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아기들 돌보고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내 책을 주문해줬다. 처음에는 부크크에서만 팔았기 때문에

주문하기에 좀 번거로운 부분이 있었다. 회원가입을 해야 주문할 수도 있고 또 심지어 요즘에는 무료배송이 기본인데 배송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이 모든 걸 감수하고 주문해준 친구들이 난 참 고마웠다.

1주일을 기다려 책을 받아 본 친구들이 소감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20년을 알았는 데 글을 잘 쓴 것을 처음 알았다.

술술 읽힌다.

담백하게 잘 썼다.

어디서 글 쓰는 거 배웠니.

기대 안 하고 읽었는데 읽기 전과 후가 다르다.

어떤 친구들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출판사 통해서 냈으면 베셀작이라고.

카톡으로 쓸까 하다 전화로 하는 게 낫겠다 판단했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장문으로 감상문을 써주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친구들이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코로나도 있고 논문을 쓰면서 친구들을 잘 못 만났었다.

이번 책을 계기로 친구들에게 나의 일상을 들려줄 수 있게 됐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엄마 아빠도 엄청 좋아하신다.

책을 여러 권 주문해서 지인들에게 다 나눠주신다.

또 책에는 엄마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빠는 엄마보다 먼저 처가 식구들 모두에게 책 링크를 보냈다. 그게 우리 아빠다.

이 책이 엄마 아빠에게 선물이 된 것 같아 참 좋다.

이제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조카와 둘째 조카도 내 책을 읽었다.

글을 읽을  있게 되어서 글씨가 있는  모든 것을 흥미롭게 읽고 있는 시기다.

고모가 쓴 책을 읽는다는 건 또 다른 신기한 느낌일 것 같아서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서 참 좋다.

책을 출간해보니 다음에도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기 전에는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서 그냥 이것저것 해보는 건데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인데 이제는 조금이나마 헤드라이트를 갖췄달까.

또 책이 있으니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 새로운 방법도 생겼다.

글을 쓴다는 건, 책을 출간한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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