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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Jun 19. 2022

사주를 두 달 배운 이의 단견(短見)

사주의 언박에 사로잡혀 있다면

년도  전에 "음양이 뭐지?", "오행은 뭘까?" 책을 읽었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참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었다.

그중 딱 하나 기억에 남았던 것이 음양오행으로 본다면 나의 짝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짚신도 짝이 있는 것처럼(어느 책을 봤더니 짚신이니까 짝이 있는 거라고 하지만...).

그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지인이 최근 사주 공부를 추천했다. 무조건 추천이라고 하길래 일단 시작해봤다.

2개월 간 배웠다.

목화토금수의 오행과 음양, 전래동화에서 읽었던 12개의 동물들부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참 몰입이 됐었다.

사주를 배우면서 깨달은 사실은.

사주라는 것은 배우면 배울수록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다는 것은 자기가 배운 지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논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일 테다.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 상담을 하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사주를 짧게는 3개월, 1년만 배우고서도 다른 사람을 상담할 수 있다.

내가 인생 속에서 만났던 그 상담자의 실력을 난 알 수 없다.


사주는 일종의 고전이다. 사주 명리학. 아주 오래된 학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이 주위에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사주명리학을 공부한 사람을 곁에 뒀다고 한다. 한때는 오직 상류층만이 독점했던 학문이었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도 합궁의 길일을 받아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역사가 긴 학문이다.

이 학문에서도 많은 학설이 있다. 날짜를 어떻게 정하는지. 심지어 이 부분은 사주 명리에 속하고 어느 부분은 사주 명리가 아니다. 어디서부터는 또 주역에서 나온다.

야자 시. 조자 시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시간대는 날짜를 그날로 볼 것인지 그다음 날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그렇게 분분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사람이 태어난 년, 월, 일, 시에서 나온 8자의 한자를 가지고 그 사람의 운명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 글자 한 글자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애니메이션 "이 소리에 모여"를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온다.

코토라는 일본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내용인데 고전 곡은 아주 어렵다고 한다.

곡의 해석이 정답이 없어서 학풍이 다양하고 또 그 학풍에 따라 연주법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마치 사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언젠가 들었던, 당신의 마음을 후벼 팠던, 또는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그 상담자의 말은 진실일 수도 있고 진실에서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다.

"조영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를 읽으니 그런 내용이 있었다. 점쟁이 혹은 무당에게는 티오가 있다는 것이다. 영발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맞출 수 있는 것은 1000개 정도라고 한다.

당신이 그 사람의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이 1000개 안이었다면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1000개가 넘었을 때 그 사람의 말을 들었다면 그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글쎄. 그 사람이 그 1000개가 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방법은 모르겠다.


어떤 자기 개발서에서는 저자에게 어떤 역술인이 비관적인 말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몇 년간은 그 동네에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람은 극기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렇게 그는 그 역술인의 언박에서 벗어났다.


또 역으로 "조영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에서 한 일화가 나온다.

어떤 이에게 죽을 위기가 오기 때문에 무당이 굿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금액은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 사람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사람은 얼마 안가 죽음을 맞이했다.

글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사주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인간이라는 것은 하나의 별과 같다.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는 탯줄을 통해서 호흡한다.

그러다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탯줄을 잘라서 처음 호흡하는 순간 그 아이의 운이 결정된다.

그 순간 모든 세상의 기운을 받는 것이다. 그게 참 신기했다.

그렇게 그 아이의 기질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이것을 바꾸는 방법은 이것.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면 그 사람의 행동이 바뀌는 것이고 곧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이 용어를 사주명리학에서는 개운 법이라고 한다.

또 다른 방법.

덕을 쌓는 것이다.

점점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인생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보나 안보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한다.

길에 있는 쓰레기를 줍거나.

화장실을 쓰고 나서 깨끗이 닦거나.

그렇게 하면 덕이 쌓인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런 느낌의 제목이었는데) 인상 깊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그 책은 죽음 가까이에 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었다.

어떤 사람은 전신주를 수리하다가 갑자기 전기가 몸에 관통해서 죽을 뻔했지만 몸 한쪽으로만 관통되어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눈 오는 날 술 먹고 돌아오는 길에 하수구 구멍에 빠져 며칠 간을 하수구 속에서 지냈던 사람도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음 이야기였다.

원양어선을 탔던 사람인데 어두운 밤에 갑판에 있다가 갑자기 덮친 파도로 대양 한가운데 빠지고 말았다.

죽는 줄 알았는데 손을 뻗어 무언가 잡았던 것이 거북이였다.

그 거북이를 타고 수일을 바다 위를 떠다녔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아내가 평소에 했던 일이 거북이를 방사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생물들을 귀하게 여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류시화 씨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보면 티베트의 한 수도자가 커피에 들어간 파리를 건져내서 그 물기가 다 말라 날아가는 것까지 보고서야 안심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모든 만물은 똑같이 귀하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경지인가 싶기도 한다.

그 책에 이런 부분도 나온다. 인도의 한 마을에서는 이런 사주와 같은 것을 맹신하는데 모든 것을 길일을 택해서 행한다고 한다. 그 길일에 얽매여서 정작 타이밍을 놓치는 웃지 못하는 사례도 나온다.


참 재미있는 것이 완벽한 사주란 없다고 한다. 누구의 사주를 보더라도 없는 것도 있고, 또 지나친 것도 있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완벽함은 볼 수 없다.

음양오행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한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균열이 있어야만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라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 세상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을 익혀나가는 미션을 완수하는 것인가 싶다.

또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난 오늘 내 삶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이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 사주명리학과 주역 및 점에 대해 포괄적으로 쓴 글입니다.



참고도서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조용헌. RHK.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북드라망.

명리 심리학. 양창순. 다산북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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