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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Jul 30. 2022

새 슬리퍼 고작 10분 신었을 뿐인데

선택은 중요할까


미국의 수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노튼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는 2주 전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일시적인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어떨 때는 내가 그 순간 선택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행동을 하기도 한다.


성경에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지 말라고 하지만 일상에서 그건 자주 고민되는 일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민을 하기에 성경에서 굳이 그 구절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한다.


인생에서의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은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어떤 선택은 예상했던 것보다 별 영향이 없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선택은 별거 아닌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큰 변화를 가져오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약할 집

취직할 직장

대학의 전공

이과와 문과

학원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

스트리밍 리스트

저녁 메뉴

카페 음료

입고 나갈 옷


부동산을 통해서 집을 보러 다니는 시간은 그곳에 살게 될 수많은 시간에 비하자면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그에 만족되는 조건에 꽂히면 그 집을 택하고 만다. 그리고 그 남은 시간 동안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많은 조건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강사가 그런 말을 했다. 첫 직장을 잘 골라야 한다고. 결국 그 선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번 그 결정을 하게 되면 그만두고 나서도 또 그 방면으로 직장을 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 첫 직장은 심사숙고해서 잘 골라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삶에서 크게 보이는 선택도 있는 반면 작게 보이지만 파장이 큰 선택들이 있다.


아침에 내가 고른 신발처럼.


또는 안에 양말을 신을 것인가. 스타킹을 신을 것인가. 맨발로 신을 것인가 하는 결정처럼.


어느덧 여름도 한창이 되어가고 FW 컬렉션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럴 때 시작된다. 해외의 빅 세일 기간. 우리나라도 여름 겨울 세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 할인 정도는 외국만 못하다. 20프로부터 시작해서 50프로 까지 빠르게 떨어진다.


언젠가부터 눈에 들어오는 치마가 있었으니 슬립 스커트였다.  흐르는 소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다가 결국 해외 쇼핑 사이트로 눈을 돌렸다. 그것을 하나 찾다 보니 다른 세일 아이템들에도 눈이 갔다. 그러다 발견했다. 하늘색 가죽 슬리퍼. 굽도 없고 요즘 내가 즐겨 신는 슬리퍼이다.


드디어 도착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었다. 맨발에. 나는 직장에서 집이 참 가깝다. 10분 도보로 도착할 수 있다. 그 짧은 시간 새 슬리퍼를 신고 걷는데 이거 이거 걷는 것도 불편하고 발가락이 자주 아파온다. 아 살이 까진 것 같다.

맙소사. 10분 신고 왔는데 엄지발가락, 새끼발가락  살이 처절하게 벗겨져서 만신창이다 되었다.

너무 아팠다.

응급으로 연고를 바르고 밴드도 붙였다.

근데 이거 너무 아프다. 퇴근 후에 밴드를 떼니 살갗도 함께 떨어졌다.

포비돈으로 소독하고 약도 발랐는데 자면서도 통증이 느껴진다. 이거 먼가 너무 억울하다. 새 신발 아주 잠깐 신었을 뿐인데 그날 이후로 다른 신발을 신을 수가 없다. 상처 부위에 닿지 않는 조리만 신을 수 있다.

순간 짧게 선택했을 뿐인데.

아. 그 순간의 선택과 10분의 이동 시간이 일주일이 다 되는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지만 더디게 진행된다.

다음 주는 수영도 가는데.

다른 신발은 언제 또 신어볼 수 있을지.

아. 아. 아.

이렇게 또 배워간다.

새 신발은 조심히 무장하고 신을 것.

슬리퍼라고 방심하면 안 될 것.


찰나의 선택은 중요하다.

10분의 시간이 10080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배우자의 선택도 참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의 선택은 아니겠지만 그 선택이 40년에서 70년 이후의 삶에도 줄곧 그 영향이 이어지기 때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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