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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Dec 28. 2021

쇼퍼홀릭의 Mr&Mrs ITALY 블랙 야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입는다(원제: The Devil Wears Prada)가 출판되었던 해에 쇼퍼홀릭(원제: Confessions of a Shopaholic)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미국 작가이고, 쇼퍼홀릭의 작가는 영국 작가이다. 참 신기한 것이 비슷한 맥락의 책이 같은 해에 나왔고, 당시 영어권 서점에서 두 책은 베스트셀러 책들 중 하나였다.

 두 영화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물론, 메릴 스트립 주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고 더 큰 명성과 유명세를 떨쳤었다. 당시 두 책 모두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었다. 특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원저는 영화보다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었고, 작가의 필체나 주인공의 서사나 성격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쇼퍼홀릭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비해서는 깊이가 더 얕은 느낌이었고, 먼가 허구적인 느낌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쇼퍼홀릭의 주인에게 난 더 공감을 느꼈다.

 옷이나 신발 등 패션 아이템을 보면 꼭 사야 하는, 오늘 못 사면 당장 다음날 가서 사야 하는 욕구, 욕망, 충동, 긴장, 아드레날린 분비 등이 내가 느끼는 것과 참 비슷했었다.

 나의 쇼퍼홀릭 아드레날린 최고봉은 단연 이 Mr&Mrs ITALY 블랙 야상이 아닐까 한다. 그 당시 아드레날린 분비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이 옷을 처음 본 것은 친구와 함께 대만 여행을 갔을 때였다. 우연히 무슨 백화점 같은 곳에 갔는 데, 거기서 이 옷을 보았다. 당시에 CELINE의 코트도 하나 봤는 데, 그것도 참 예뻤었다. 당연히 그 코트는 상당히 고가였다. 그리고, 이 옷을 보았다. 당시 이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브랜드였다. 천송이(별에서 온 그대 여자 주인공 이름) 야상으로도 유명했다.

 여러 가지 색깔을 입어보던 중, 그 당시 퍼 색깔이 참 다양했었다. 흰색은 기본이고, 분홍색, 레드 등등. 입어봤을 때 이 옷이 가장 잘 어울렸다. 한국에도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예쁘다 하고 돌아왔었다.

 하지만, 이 옷이 계속 생각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이런, 우리나라에는 아예 입점조차 안된 옷이었다. 그때부터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당연히 있을 줄 알고 돌아온 것인데. 없다니.

 그때부터 난 대만에 다시 가야 했다. 이 옷을 가지러. 그리고 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참 신기한 것이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비행기표가 그 전보다 오히려 더 쌌다. 문제는 숙박이었다. 숙박이 다 올라버린 것이다. 머 둘 중 하나는 적어도 쌌으니까. 그렇게 난 대만에서 돌아온 그다음 주인 크리스마스이브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YES! 이 옷을 샀다. 내가 이 옷 때문에 다시 한국에서 대만에 왔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깎아달라고 했다. 실제로 할인을 해줬는데, 얼마나 실제로 더 싸게 산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duty free 혜택도 받고 왔다.

 참 신기한 것이 유일한 제품이라면, (당연히 퀄리티가 있다는 전제하에) 또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또 이번 아니면 못 만나게 될 수도 있다면, 꼭 사야만 하는 당위성이 확연히 올라간다. Last one piece를 보는 순간, 내 안의 모든 이성이 잠자버리기도 한다. 그 순간 욕망과 소유욕이 솟구치기도 한다. 받았다가 반품하는 수도 있지만, 일단 구매욕이 상당히 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아마존에서 중고 서적을 구매했는 데, last one piece라고 나와 있었는 데 책을 받고 후기 쓰려고 또 들어갔더니 또

last one piece란다. 정말인가 싶지만.

 이렇게 난 이 아이와 마주하게 되었다. 빨간 퍼가 굉장히 강렬한데, 또 흔치 않은 컬러라 맘에 든다. 추울 때는 모자를 쓰는 데, 처음 보는 친구 남자친구가 그 모습이 너무 강렬했단다. 날 옷으로 기억한단다. 그날은 추웠기에.

 바깥쪽은 면으로 된 야상인데 안은 온통 털로 덮여있다. 모자에도 털이 수북이 있다. 팔에는 털이 없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거지만 그래도 그런 덕분에 부 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팔이 자유롭게 움직여진다.

 이 옷, 참 따뜻하다. 그리고 블랙이라서 때가 낄 걱정도 적다. 이 아이를 데리고 강원도도 다녀오고, 부탄에도 다녀왔다. 부탄에 갔을 때 유일하게 가져 간 외투이다. 이 아이와 함께 파로 탁상 (Paro Taktsang, Tiger's nest)까지 산을 오르기도 하고, 같이 병원이나 약국 취재도 다녀오고 별도 보고, 히말라야에 눈 덮인 것도 함께 보고 왔다.

 요즘 다른 옷 입느라 덜 입어줬는 데 오늘은 영하의 날씨이기에 올해 처음 이 아이를 꺼내 입었다. 어렵게 산 만큼 오래오래 건강하게 나와 함께 해주길. 앞으로도 많은 곳을 함께 가보길.


 J'a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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