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디즈니 플러스를 보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일까.
사람들과 후기를 공유하는 것 말고.
책을 보는 것만큼의 무언가 소득이 있는 행위인 걸까.
올해 나의 띵작을 고르자면 디즈니 플러스에서 봤던 “아오아시”라는 축구 애니메이션이다. 별생각 없이 시작했는 데 너무 재미있어서 외국인들이 올리는 리액션 유튜브 영상으로도 부족해서 결국 난 만화를 영어로 번역해서 올리는 사이트까지 찾고야 말았다. 그렇게 난 아오아시의 매력에 빠졌다. 난 축구에 대해 거의 1도 모른다. 오프사이드의 그 미묘한 규칙도 난 지금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오아시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디펜더의 규칙을 알게 된 것 같다. 주인공 아오이 아시토가 포워드에서 풀백으로 전향하면서 디펜더에 대해서 배운다. 나도 함께 배웠다. 디펜더는 디펜스 라인을 지켜야 한다. 그 라인을 지키면서 움직일 수 있다. 디펜스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위로 올라갈 수 없다. 대신 디펜스가 안정적이라는 확신이 들 때는 마음껏 올라갈 수 있다.
내가 일하는 곳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환자분들이 다녀간다. 그 많은 처방을 소화하자면. 그렇다. 우린 매우 바쁘다.
그 많은 업무를 다 해나가기 위해 업무 분장이 잘 되어있다. 각 포지션마다 맡은 업무가 따로 있다. 파도에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는 것처럼 포지션에도 그나마 수월한 곳 가장 바쁜 곳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자면 수월한 포지션들에서 바쁜 포지션으로 지원을 가곤 한다. 단 내 업무는 다 끝내 논 상태여야 움직일 수 있다. 수월한 포지션 쪽에서 한 명이 지원을 간 상태라면 남아있는 사람이 지원 간 사람 포지션까지 커버해야 한다. 즉 남은 사람까지 지원 갈 수는 없다. 즉 올라갈 수 없는 것이다. 바쁜 곳이 어느 정도 정리됐거나 아니면 본인 포지션에 처방이 쌓이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 순간 떠올랐다. 우리도 이 조제실 안에서 축구 경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구나. 각자의 포지션을 다 디펜스하고 있는 것이구나. 순간순간 쌓이는 처방에 맞춰서 우리는 열심히 디펜더로 뛰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포워드로 때로는 디펜더로.
그렇게 난 조제실에서 축구 그라운드를 떠올렸다.
OTT를 보는 것은 나의 시선에 새로운 프레임을 주는 지도 모르겠다.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됐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지만 이번에는 왠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올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