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더는 덤
예전에 외국에 가서 사 왔던 흰색 뱀피 구두가 너무 예뻐서 신발장에 놓고 보면서 흡족해했던 적이 있었다.
신발장은 햇빛이 들어올 수 있는 창문 근처에 있었고, 어느 날 보니 나의 흰색 구두는 누리끼리하게 얼룩이 져 있었다. 그 이후로는 햇살 가까이에 신발을 두지는 않았다.
올해는 스웨이드 부츠를 현관에 꺼내놨다. 롱부츠라 다시 신발 상자에 넣었다 빼는 것이 너무나 귀찮았고 또 한 번 상자에 넣으면 잘 안 신게 되어서 꺼내놨는데, 막상 자주 신지는 않게 되었다.
오랜만에 그 밤색 부츠를 신고 밖으로 나갔는 데 지하철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보이는 나의 부츠의 색깔은 왜 이리 회색 빛깔이 되었는가. 그리고 스웨이드 천은 왜 이렇게 일어나 있는가.
아뿔싸. 현관에 놔두어도 현관문 열 때마다 햇살이 들어오고 저기 멀리 베란다에서도 햇살을 받았나 보다 나의 부츠는. 그 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흰색 코트는. 어느 날 보니 왜 이렇게 누렇게 되어 있는가. 생각을 해보니 환풍을 시킨다고 옷장을 열어두었다. 나의 옷방에는 창문이 있다. 이 아이도 햇살을 그렇게 받았나 보다.
다시 한번 생각한다. 햇살은 모두 피해 줘야겠구나.
최근에 베란다 근처 책장을 정리하면서 분홍색 바인더의 절반이 투명색으로 변한 것을 보며 깜짝 놀랐는 데 플라스틱도 그러거니와 하물며 이러한 섬유가 제대로 남아날 수 있겠는 가 생각이 들었다.
햇살은 좋지만 잠시 멀리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정리의 비결이었다. 신발과 옷은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