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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Feb 05. 2023

대전에는 빨간색 급행 버스가 있다

대전에 왔다.

복합터미널로 도착한 나는 일행이 도착할 대전역으로 가야 했다.

네이버로 검색했더니 611번 또는 201번 버스를 타고 가란다. 201번 버스는 바로 눈앞에서 지나갔고 611번 버스를 기다리는 데 16분 후에야 온단다. 어쩔 수 있느냐. 그냥 기다릴 뿐.

어머나 버스 정류장의 의자에 앉은 나의 엉덩이가 따뜻하다. 손으로 살포시 대본다. 열선이 있나 보다. 와. 대전은 좋구나. 서울은 특정 동네나 이런 의자가 있는데 여기는 모든 곳에 이런 것이 있나. 엉덩이의 따스함에 빠졌을 때쯤 눈앞에 한 버스가 섰다.

빨간색 버스. 급행 2번이라 적혀있다.

내가 가고 싶은 대전역이 쓰여있다.

터미널과 대전역이 나란히 쓰여있다.

엇 나 여기 내 목적지인데.

순간 네이버 길 찾기를 다시 봐본다.

그런데 2번을 추천하고 있지 않다.

돌아가나. 의심스러워진다.

혹시 요금이 다르진 않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찰나에 버스 앞문에 있는 스티커가 눈에 들어온다. 요금 1,250원.

서울 요금이랑 똑같은 것 같은데.

이것을 적은 것은 다른 요금이랑 다르다는 의미(더 비싸다)일까 아니면 같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일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여 타지 않았다.

그렇게 꺼이꺼이 16분을 기다려 611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탔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그 급행 버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모범택시 같은 프리미엄 버스인가.

옆에 나란히 앉으신 아주머니께 조심히 말을 걸어봤다.

“급행 버스가 뭐예요?”

“다 서지 않고 몇 정류장만 서는 거예요. 엄청 빨라요. 요금은 똑같아요. “

아 그렇구나. 나의 궁금증을 모두 한 번에 해결해 주시는 친절한 분이셨다.


그렇다고 한다. 대전에는 급행버스가 있다.

서울에서 급행 지하철을 탄다고 더 비싼 게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빨간 버스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랬던 걸까.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급행을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것 앞에서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냥 한번 해보지는 않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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