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한번 시작하면 일단 끝장을 봐야 한다.
더 글로리를 시작한 후에 알았다. 시즌이 2개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결말이 나지 않았기에 기다렸다. 그리고 오픈 당일 끝을 냈다.
악했다. 너무 악했다. 악이란 악은 다 버무려 넣은 듯한.
보고 나서 마음의 정화가 필요했다.
다른 드라마를 봐야 했다.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
디즈니 플러스에 있는 사랑이라 말해요.
더 글로리를 보기 전에 봤을 때는 화면도 칙칙하고 어둡고 주인공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입이 잘 안 됐다.
그래서 꺼버렸었다.
참 신기한 것이 더 글로리를 본 이후로는 이게 봐졌다.
글쎄.. 머라도 봐서 이걸 새로운 걸로 덮어야 했다.
그렇게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이 드라마. 잔잔하다. 그러면서도 스며든다.
주인공들의 대사들에 애정이 깃들어 있다.
특히 윤준의 대사들이 난 참 좋았다.
갑자기 혜성이 목성으로 변하면서 애정 라인이 조금 이상해지기 전까지는 (드라마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화면의 정지. 천천히 보이는 인물의 동작.
OST가 너무 좋다. 먼가 작정하고 정성을 들인 드라마라는 느낌이 든다.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는 넷플릭스와 결이 다르다. 좀 이상한(?). 주류가 아닐 것 같은 드라마도 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사랑이라 말해요가 디즈니 플러스의 그 나름의 결을 보여주는 작품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여주의 인물 그 상태를 생생하게 그리기 위한 패션. 메이크업. 너무 리얼해서 참 좋았다. 술 먹고 다음날 엄청 피곤해 보이는 그 모습 그대로.
더 글로리에서 좀 불편한 장면이 있었다. '현관에 놓여 있는 누군가의 신발을 통한 예의를 보고 복수를 좀 봐주려 했다'는데 그런 본인은 왜 남의 집 소파에 하이힐을 신고 누워있는 것일까. 너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본인을 예쁘게 그려내는 것은 좋은데. 지나친 하이힐. 글쎄. 좀 몰입감이 떨어졌다.
다시 사랑이라 말해요로 가보자면. 인물들 간의 애정 어린 말이 참 좋다. 예전에 일본에 있을 때 일드를 그렇게 많이 봤었다. 그때 느꼈던 건 참 사람을 쉽게 죽이는구나였다. 드라마에서 인간의 정이 안 느껴졌었다. 내가 느낀 일본 사회는 참 외로웠었다. 그 당시에 한국에서 성황리에 방영 중이었던 드라마는 찬란한 유산이었다. 거기서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었다. 장숙자(반효정), 이승기의 할머니였던 것 같다. 그분이 그런 말을 했었다. "아무리 미워도 그 사람을 죽이겠어 어쩌겠어."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 드라마였다면 진작 죽이고 이미 스토리는 끝났을 텐데.... 그때는 한국 드라마가 그랬다.
요즘 드라마는 애정 멜로드라마인데도 살인이 부수적으로 들어가 있다. 왜 꼭 그 요소를 넣어야 하는지. 세상에는 충분히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는 데 굳이 그렇게 꼭 넣어야 하는지. 그냥 아름다울 수 없는지.
사랑이라 말해요. 여기에도 머 막장의 요소. 글쎄 막장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의 삶을 따스하게 다가간다. 이런 드라마가 좋다. 그냥 사랑하고 싶은. 사랑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이 드라마를 보고 또 오해영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고 나의 아저씨도 언급하는 사람도 있고. 나의 해방일지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드라마이긴 하는가 보다. 나에게 수요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처럼.
사랑이라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