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
지하철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성이 뜨개질을 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먼가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뜨개질을 처음 배웠을 때가 그랬다.
처음으로 실을 샀던 그 가게는 앉아서 뜨개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클래식 음악이 흘렀고 몇 분 아주머니께서 말씀을 도란도란 나누고 계셨다.
뜨개질을 하는데~ 그 순간 어떻게 그렇게 몰입이 되는지 엄청 행복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몰입을 할 수 있었다 해서 그 작품이 뛰어난 것인지는 별개다. 참 흥미로운 사실.
똑같은 동작인데 왜 이렇게 제대로 안 되는 것인지.
그것 또한 참으로 신기하다.
결국 내가 시작한 뜨개질을 엄마가 마무리해 줬다. 중간에 엉망인 그 목도리를 난 친구에게 선물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목도리라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병실에 계실 때 엄마가 간호를 했었다.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계속 간호에 온 신경을 썼던 엄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갑자기 남아버린 신경과 시간에 혼란스러워했다. 처음 시집와서 지금까지 수십 년 간 엄마 안에 쌓였던 그 모든 감정과 할머니의 빈자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순간 엄마가 당황스럽고 황망해 보였다. 그래서 난 뜨개질 실을 몽땅 사서 엄마에게 갖다 줬다.
엄마는 뜨개질에 몰두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무사히 그 시간들을 극복한 것 같았고, 난 색색의 다양하고 긴 목도리들이 생겼다. 지금도 그 목도리는 나의 곁에 있다.
건너편의 그녈 보고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