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기로운 생활 Feb 02. 2024

내 조카들은 앞으로 무엇에 지갑을 열까

설날도 다가오고 조카들한테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까 생각하던 중 그 나이 또래 아이를 가진 동료에게 물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어떤 게 인기가 많냐고.

산리오라고 한다.

생일 파티를 하면 똑같은 산리오 학용품 세트가 여러 개 들어온다고 한다.

아이가 엄마에게 중고 가게에 팔라고 했다고 한다. 똑같은 게 여러 개 생기면 더 이상 그 물건에 대한 애착이 사라지기 마련.


물건 하나하나가 귀하고, 아껴 써야 하고, 형제에게 물려줬던 세대는 지난 지 오래.


이제는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는 세대.(물론 예외도 있다)


저번에 대학 강의를 갔는 데 모든 학생들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수업 자료를 보고 있어서 놀랐다. 하나에 거의 백만 원하는 것인데 이걸 모두 가지고 있다고. 그럼 부모가 사줬을 텐데.


영화 노엘(2019년 작)을 보면 아이들이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No. 1이 아이패드인 것에 놀랐는데.

그 비싼 선물을 원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는 것이다.

저번에 우리 둘째 조카가 그러던데. “언니도 아이패드 가지고 싶다고 했는데~.” 아. 언젠가 우리 엄마 지갑이 열리겠구나. 생각했다.


우리 조카들을 너무나 예뻐라 하는 우리 엄마는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장난감 가게에 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

하나를 고르든 여러 개를 고르든 다 사준다.

우리 엄마 나에게 예전에 그러지 않았는데.

역시 손녀는 다르다.

첫째와 둘째는 나름 성향이 좀 달라서.

첫째는 가게 한 바퀴를 돌고 딱 하나만 고른다.

더 골라봐 해도 괜찮단다.

둘째는 자기가 맘에 들어하는 걸 세 개 정도 고른다. 자기 품에 공간이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그러고는 멈춘다.


소유욕이 크지 않은 첫째에게도 가끔은 가지고 싶은 것이 생긴다. 친구가 신고 온 멋진 운동화, 또는 친구가 가지고 있었던 멋진 시계.


물론 그 멋진 것들을 사주는 최고의 할머니는 우리 엄마.


문득 생각해 본다.

어렸을 때부터 풍족하게 자란 아이들이 앞으로 살면서 사게 되는 물건은 멀까.

가지고 싶어지는 물건은 무엇이 될까.

글쎄.

흔한 물건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렸을 때 좋아하는 군것질.

어릴 때 좋아하는 인형.

이런 건 나이대에 따라 변하긴 하겠고 공통의 관심사는 시대 불변하고 있지만.


기왕이면 똑같은 실용성을 가지더라도 더 멋진 것. 근사한 것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것과 별 차이 없는 것에는 지갑을 열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경기가 어렵다지만 수천만 원하는 고급 명절 선물 세트는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지 않나.


소비에도 더욱 빈익빈 부익부가 생겨날 것 같다.


그 상품에 의미가 없으면 사지 않을 것 같다.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소유욕 이상의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소비욕구와 닮았을 지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월급 안에서 원하는 물건 사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긴 할 테지만.

취향이라는 건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져왔을 터.


기대해 본다. 나의 조카들이 어떤 것에 갈망하게 될지.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 맞은편 그녀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