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졸다가 지하철에 우산을 고이 놓고 내렸다.
우산을 살까 해서 편의점에 갔더니 어머나. 칠천 원이란다. 우산의 값도 참 많이 올랐구나.
집에 우산이 너무도 많기에.
더 이상 플러스알파 우산을 갖고 싶지는 않아서.
그리고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것도 아니기에.
맞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데 문득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 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는 일을 했기 때문에 비가 온다고 학교에 나를 마중나오는 일은 없었다.
비가 오면 그냥 내가 알아서 집에 가야 했다.
그게 속상하게 느껴졌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4학년 때 친한 친구가 생겼고 “우리 엄마는 일해서 못 와. “라고 태연히 말하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도 그걸 태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어쨌든.
그날은 내가 알아서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고,
그때는 내가 문방구 단골도 되기 전이었는지(단골이었으면 우산을 빌리기라도 했을지도) 비 오는 날 그렇게 나는 혼자 집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중간쯤 왔을까 비가 점점 더 거세졌다. 지금 생각하면 소나기였던 것 같다. 이 비를 거쳐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거세졌고 더는 이 비를 이기고 나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졌을 때 그 길에 있던 세탁소에서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불렀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그렇게 나를 세탁소 안으로 불러서 내 몸을 녹이도록 해주셨다. 수건을 아마도 주셨던 것 같고.
기억에 남는 건 한가운데 큰 난로가 있었다. 그 위에 노란 양푼 주전자가 있었고, 따뜻한 물을 주셨었다.
그렇게 난 그 세탁소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려 집으로 다시 돌아갔던 것 같다.
지금 학교에서 집까지를 검색해 보니 1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는데 그때는 그것보다는 멀었던 것 같은데. 어린 나이인 나에겐 20분 정도 체감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 아주머니가 참 고마운 분이었다.
나중에 감사하다고 말이나 했었는지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그 아주머니는 밖을 살펴보셨던 것 같고.
글쎄 요즘에는 창밖을 살피는 여유가 우리에게는 있는 걸까.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