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보다 시간이 남아 서점에 갔다.
시집을 사야지 하던 중 발견한 책.
<사랑인 줄 알았는 데 부정맥>
일본의 노인분들 또는 그 삶을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쓴 센류(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 출처: 사랑인 줄 알았는 데 부정맥. 포레스트북스)를 모은 책이다.
일본의 시는 간결해서 읽기 쉽고 또 제목을 보자마자 흥미로웠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절반을 다 읽었다.
내가 직장으로 다니는 곳에는 노인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접하는 일들.
또 이제는 노인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연세가 되어버린 우리 아빠. 그리고 점점 연세가 드는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이 시의 내용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예순일곱 살 남성분이 쓴 센류.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어느 날, 아빠 눈에 벌레가 마구 돌아다닌다고 한다며 엄마가 걱정했었다.
결국 병원에 갔다가 비문증이라고 들었다.
이명으로 매일 약타가는 우리 환자분들.
이 시가 현실에 와닿았다.
사랑인 줄 알았는 데 부정맥 증상이었고.
내용들이 참 재미있어서 엄마에게 전화로 읽어줬다. 옆에서 아빠도 듣고 있다.
엄마가 들으면서 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아빠는 모기 매미 센류가 나오니 바로 비문증이라고 말했다.
시집 하나를 한숨에 다 읽었다.
엄마가 재미있게 들어서 나도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