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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Feb 11. 2024

수서행 대신 광주송정행 SRT를 끊어버렸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착각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


최근 문득 대학 때가 떠올랐었다. 오늘에 대한 전조 증상이었을까.


시험 날짜를 착각해서 그 다음 날이 시험인데 그날 시험이라고 착각해서 불완전한 상태로 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시험은 그다음 날이었다. 손꼽히는 몇 안 되는, 여유 있게 본 시험이었다.


착각은 무의식의 작용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무의식이 작용한 건지.

이건 그래도 일이 좋게 풀린 케이스다.


이번에 무슨 일에 정신이 쏠렸었는지 설날 기차표 예매 날짜를 놓쳐버렸다.

또 평소 같으면 언제부터 표 끊냐고, 끊었냐고 확인하던 우리 아빠가 이번에는 그 질문을 안 했었다.

졸업식 때 부모님 서울 올라올 티켓팅에 내가 정신이 팔렸던 건지.


뒤늦게 부랴부랴 티켓을 검색했더니 매진이다.


며칠 지나서 티켓을 알아보니 광주행 티켓은 아주 좋은 날짜, 좋은 시간에 대기 티켓이 떴다. 대기 티켓은 언젠가는 열리기 마련. 며칠 지나니 대기표가 열려서 끊을 수가 있었다.


올라오는 티켓은 거의 없었다. 며칠 동안 들어가다 다행히 새벽 첫차가 열려서 그걸 끊었다. 새벽 다섯 시 반. 그래도 끊었으니 다행이지.


광주에 내려와서도 이따금씩 표를 확인했다. 새벽 기차는 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좀 부담스럽기에 좀나중 시간이 없을까 하고. 명절이 시작되니 표가 보인다. 여덟 시 반 차가 대기로 떴기에 대기를 걸었다. 다음날 대기가 풀렸고 난 새벽 다섯 시 표를 취소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 있게 여덟 시 반 기차를 타러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출발 안내 전광판을 봤는데. 이상하다. 내 시간 기차 스케줄이 없다.

다시 내 티켓을 보니. 어머 이게 머지.


수서행 끊을 것을 광주행을 끊어버린 것이 아닌가.


엄마 아빠는 나를 내려주고 떠나셨는데.


부랴부랴 티켓 부스로 갔다.


너무나 다행히 입석이 있단다.


게다가 시간도 몇 분 후에 출발.


좌석+입석이어서 아예 서서 가는 것도 아니다.


정말 운 좋게도 통로 의자도 여유롭다. 아마도 열차칸의 행운이겠지.


다행히 일이 좋게 풀렸다.


아 버스로 올라와야 했다면 아 상상만 해도 너무 아득하다.


그저 감사할 따름.


난 다행히 안전하게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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