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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Feb 03. 2024

마블 스탠드_어른의 취향

マーブルスタンド

물건 중에 오랫동안 소유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정리하고 정리하고 버려도 왠지 이것만은 놔두고 싶은 물건들이 있다.


그중 살아남은 아이 중에 하나.


오래 살아남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녹슬지 말 것.


이 아이와 동시에 생겼던 한 아이는 금속으로 된 부분이 있었는 데 녹슬어서 결국은 버렸다.


만년필의 촉이 스틸이나 금, 티타늄으로 되어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또 다른 조건. 아주 실용적이거나.

실용적이면서 조금 특별할 것.


그리고 핵심 조건일 수도.

추억이 스며있을 것.


거의 20년 전에 일본인 친구를 만나러 일본에 갔었다.

그때 친구 할아버지 집에도 갔었는데(친구의 할아버지는 한국분이셔서 나를 반가워해주셨다) 친구의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이 다 한자리에 모였었다.


그때 친구의 삼촌 중 한 분이 우리에게 저 아이와, 핀셋으로 종이를 메모를 꽂아 세울 수 있는 메모 스탠드를 주셨었다.


그때 내 친구는 왜 삼촌은 이런 쓸데없는 것을 사는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렸었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나는 이게 좋았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삼촌의 취향을 더더욱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용적이면서도 먼가 엣지 있는



이 아이의 용도는 이렇게 종이를 세워두는 것.


이 아이를 받고 몇십 년 동안 안 쓴 것 같다.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버리지는 않았다.

저 구슬이 참 영롱해 보여서.


작년에 이 아이의 진짜 이름이 먼지 궁금해서 일본 사이트에서 찾아봤는데 아직도 팔고 있었다. 오천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이름이 뒤에 적혀 있어서 찾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다.


marble stand


A4 용지도 잘 세워진다.


요즘 가끔 논문을 쓰면서 옆에 종이를 보면서 쓸 때 이용한다. 책 스탠드를 두기에는 공간 차지가 크고, 가볍게 잠시 보고 쓸 때 좋다.


이 아이가 요즘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런 것이 어른의 물건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연필 하나 지우개 하나 곰곰이 생각하며 취향껏 고르게 된다.

천년만년 데리고 가고 싶은 것을 고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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