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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Feb 25. 2024

싱글 인 서울(스포일러 포함)

일본 영화 <라쇼몽>에는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증언을 한다.

같은 사건을 두고서도 서로 다르게 그 일을 기억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니 사람마다 생각은 제각각이고 또 입장도 달라서 같은 상황에서도 이걸 그렇게 달리 볼 수도 있구나 싶다. 그래서 한 사람만의 말 만을 듣고 판단할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연애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연애야말로 서로 다른 기억을 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좀 궁금했던 영화였는데 극장에 가서 보기는 귀찮아서 패스했었는 데 마침 btv에 떴길래 봤다.


출판 업계 이야기를 다룬 “중쇄를 찍다”나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비슷하게 가려나 싶어서 좀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같은 첫사랑을 두고도 남녀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달랐다.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서로가 하는 말을 달리 기억하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첫사랑으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다음 만남에도 쭉 이어지거나 그 첫사랑의 매듭을 짓고자 돌아오거나.


이러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잘 보여줘서 좋았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 대해 갖는 편견, 직장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 사랑을 하고 싶으나 요령이 없는 여자에게서 볼 수 있는 자기만의 착각, 자신은 밀고 당기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효과 없는 행동이나 갑자기 직진하는 모습. 그런 모습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서 좋았다.


“혼자인 게 좋은 데 왜 함께 살기로 결심하셨어요?”

“함께해도 편한 사람이어서요.”

(정확한 대사가 아닌 내가 기억하는 그림의 대사)


그렇다면 싱글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편하게 집에서 보기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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