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갔을 때 넷플릭스 콘텐츠는 우리나라에서 봤던 콘텐츠와 매우 달랐다. 물론 탑 10에 있는 드라마나 영화도 달랐다. 우리나라와 겹치는 건 <웬즈데이> 정도였다.
10위권 안에 볼만하겠다고 생각되었던 건 쉐임리스였다.
영국의 어떤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는 데, 알코올 중독자 아빠는 매일 술에 취해서 길바닥이나 집 앞에 쓰러져있으면서 아이들을 내팽개쳐두고 있다. 엄마는 이미 집을 떠났다. 그 여섯 명의 아이들은 스스로 챙기면서 살아간다. 큰 딸 피오나가 육아 전반을 책임진다.
제목 쉐임리스처럼 정말 창피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아빠 프랭크. 이 아저씨 연기를 참 잘한다. 너무나 어이없게 말을 번드러지게 잘해서 정치인까지 넘어갈 정도이다. 거짓말, 도둑질, 사기 등등 그의 사기극은 거침이 없고 한계를 모른다. 그의 상상력은 기상천외하다. 그런데 이 아저씨 눈이 참 맑다. 세상 최악의 무관심 아빠이다가도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애정을 갖는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알아서 세상을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참 흥미로운 것이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빠를 그렇게 싫어하다가도 또 아빠 일에 나서야 할 때는 똘똘 뭉쳐서 아빠를 지킨다.
이 드라마 시즌이 무려 11개다. 프랑스에 있을 때 시작했는 데 한국에 왔더니 바로 재생이 안 됐다. 한국에서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쿠팡 플레이에서는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봤는데 계속 광고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다. 그리곤 난 결국 끝을 내었다.
쉐임리스를 내가 왜 좋아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삶을 밑바닥까지 진솔하게 보여줬다는 것. 다른 드라마들처럼 굳이 인간의 악함을 보여주지 않아도 인간의 삼라만상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인물들은 이언과 미키 커플. (성을 따서 Gallavich라 불린다.) 참 이 커플이 귀여웠다. 미키는 초반에는 머 이런 애를 이언은 좋아할까 싶었는 데 보면 볼수록 좋아지는 캐릭터다. 은근 순애보애다 굉장히 솔직하다. 거칠긴 하지만 또 순수하기도 하고 의리가 있다. 아빠를 그렇게 미워하고 아빠에게 학대당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감쌌던 건 결국 미키였다. 이언은 그런 미키에게 관대하고 그를 이해한다. 일 년 동안 번 돈을 그대로 탈옥한 미키에게 여유 자금으로 준 것을 보면서 뭔가 굉장히 순수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떠났던 미키는 이언이 감옥에 가게 되었을 때 다시 자수해서 이언이 있는 감옥에. 그리고 같은 방으로 돌아온다. 오직 이언을 위해서. 이 부분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 데 그래서 더 감동적이고 감옥에 갇힌 이언이 안심이 되었다. 이 커플의 기억나는 샷은 시즌 11 에피소드 7의 엔딩 컷.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 장면이 좋아서 검색을 많이 하고 동영상을 올리는 듯하다. 나만 이 노래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에피소드에서 이언이 미키에게 다른 게이 친구들을 사귀자고 하면서 이 겔러비치 커플이 다른 게이 커플들의 파티에 간다. 그때 그 커플들은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Rain on me”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추고 갤러비치 커플은 뭐 저런 게 다 있어 이러면서 떠나려고 한다. 특히 이런 건 미키가 정말 싫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 컷에서 미키가 혼자 화장실에서 치실을 하면서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언이 오자 갑자기 멈칫하며 조용히 치실을 한다가 한 구절을 또 부른다. 옆에 있던 이언이 갑자기 그 다음 구절을 부른다. (실제러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한 구절 씩 부르는 것처럼) 그러다가 둘이 함께 부른다. 사랑스러운 갤러비치.
또 다른 매력적인 인물은 칼. 어렸을 때는 그렇게 악동이었는 데 나중에는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이 된다.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은 건 너무 아쉽지만. 이상하게 이 칼은 참 매력적이다. 얼굴이나 말투에서 나오는 매력 때문인가.
이 시리즈는 2011년 1월 9일에 시작해서 2021년 4월 12일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 중에 파이널을 맞았다. 10년의 기간 동안 그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누군가를 만나고 또 결혼하기도 했다. 모든 배우들이 끝까지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첫째 딸 피오나가 마지막까지 함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물론 다른 등장인물들도 들어왔다 나가기도 했지만 피오나의 역할의 크기를 생각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비하인드로 배우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는 하는데, 마지막 시즌 끝에는 등장시키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는 설명도 있긴 하지만 많은 리뷰어들이 이에 대해 질문하는 걸 보면 피오나의 사라짐이 당황스럽고 아쉬웠던 건 나 혼자만은 아니었던 듯싶다.
이런 걸 보면 프렌즈가 그 오랜 시간 지속되었고 메인 인물들이 끝까지 간 것은 정말 다행이자 행운이었지 싶다.
쉐임리스. 일단 19세로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 남자든 여자든 나체가 수차례 나오기 때문에 나중에는 무뎌졌지만 초반에는 좀 놀랐다. 근데 사실 그대로 나오는 것이라서 선정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19세 이상인거지. 그 외 마약 등등이 나오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다 보면 결국 계속 이 드라마를 찾게 되고 왜 이런 오랜 시간 동안 시즌이 이아질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번주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장면도 참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 배우들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그들이 말하는 대사는 대략 이렇다.
“나는 5명의 아이들을 뒤치다꺼리하면서 그렇게 바빴는데 넌 뭘 하느라 저번주 에피소드를 못 봤냐?” 이러면서 저번 에피소드 줄거리를 들려준다.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드라마가 많아서 그들의 대사에 무릎을 탁 친다.
Shameless. Really shameless, but I liked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