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a Cala 2017 (Vina Vik) 비냐빅 밀라칼라
"라떼는 말이야 흙밭에서 뒹굴면서 놀았어"
그시절 동네 놀이터 바닥은 지금과 다르게 흙으로 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창초주가 되어 건물도 짓고 마을도 만들어 니땅 내땅 하며 놀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댐을 건설하고 수로를 내어 물길이 흐르는 제법 블록버스터 영화의 배경도 연출--아이의 눈높이에서--을 하곤 했다.
시간 가는줄 모르게 놀다가 무의식중에 코를 한번 팔로 스윽 훔치면 흙투성이가 된 손과 팔 덕에 흙내음이 코밑을 떠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흙더미 위에서 세상을 주무르던 전지전능함은 엄마의 밥먹으라는 고함 한번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뭐 어떠랴. 내일이면 나는 다시 전지전능함을 찾을 수 있을텐데.
이 와인은 이런 어린 시절을 떠올려준다. 처음엔 체리를 감자캐듯 땅에서 캐내 킁킁 맡으면 이런 향일까 싶을 정도로 거친 느낌이다. 마치 마시기 전에 이 와인을 물로 씻어내야할 것 같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한입 가득 입에 머금을 땐 향에서 기대했던 바와는 사뭇 다르게 어두운 밤바다의 부드러운 파도가 입안에서 잔잔히 일렁인다.
하지만 그 묵직한 부드러움을 목 뒤로 넘기자, 격렬한 호흡을 급하게 달래던 운동 선수가 이내 평정을 서서히 되찾으며 기분좋게 나른한 피로감을 음미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거칠었던 첫 흙내음도 어느새 그 육체마냥 말랑해진다.
이제는 그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다시 얻기는 힘들겠지만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만족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