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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빠를 위한 와인

Champagne Deutz Rosé 도츠 로제 샴페인

그런 사람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어느 모임의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색함 속 인사를 주고받는 가운데 유난히 밝게 빛나게 인사를 하는 사람.


그렇다. 그런 사람이 보였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조심성 있는 편이거나 흑역사를 많이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짧은 찰나에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설마...?'


그렇게 증명할 길은 없지만 자그마한 씨앗이 마음속에 살며시 내려앉은 정도는 예민한 사람이라면 알아차렸었을까. 하지만 자기 자신을 그리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그럴 재주가 있었더라면 이 시대 수많은 금사빠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앗, 너무 넋 놓고 봤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고개를 황급히 돌리는 모습을 부디 그 사람이 못 봤기를 바라는 마음마저도 소심한 금사빠의 특징이겠다. 


이미 테이블 위에 오가는 인사말들은 뒤로한 채 생각의 꼬리는 무수히 많은 꼬리를 물어 어느새 여름이 오기 전 그 짧고 귀한 봄날의 데이트를 하는 사이까지 가버렸다. 따스한 햇볕이 드는 예쁜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짠' 하고 건배하는 잔에는 두 사람의 눈에 흐르는 꿀을 담아 만든 것처럼 사랑스러운 색의 와인이 담겨있다. 


섹시한 연구릿빛의 로제

이 봄이 지나 여름이 오면 꼭 해변가로 같이 놀러가야겠다는 생각까지 미칠 무렵 다행히도 이 행복한(?) 망상은 태어날 아이의 유치원을 알아볼 때까지 진행되지는 못한 채, 생각지도 못했던 그 사람의 질문 덕에 사라진다. 


"OO님은 어떤 와인을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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