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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May 31. 2019

그래서 우리의 인생엔 디저트가 필요하다

리스본, 테주강 그리고 젤라또

 


 둘은 별 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여자가 눈 앞의 아이스크림에 집중하는 사이 남자는 여자를 바라만 봤다. 나는 두 사람이 연인 이리라 확신했다. 앞에는 숨처럼 흘러가는 테주강이 있었고 뒤에선 저들 입맛대로 편곡한 체인스모커스의 'Closer'나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 따위를 부르는 버스커들이 있었다. 하늘엔 햇빛을 가릴만한 구름 한 점이 없어서, 리스본은 오월의 태양빛을 그대로 끌어 앉혔다.


 사람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이런 낭만 속이라면 두 사람은 연인이여만 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토요일 점심에 만나기 위해 그들은 목요일 저녁 즈음 약속을 잡았을 것이다. 요즘 리스본의 날씨가 말도 안 되게 근사해서 어디를 가도 좋을 거야. 여자는 그렇게 얘기했고 남자는 자주 가던 식당의 이름을 얘기했다. 언제나처럼 런치 메뉴는 만족스러웠고, 기분 좋은 식사 후 여자는 단 것이 생각난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젤라또 가게가 보이고 자연스럽게 둘은 가게로 향한다.


 노란색의 아이스크림은 아마도 망고맛일 거다. 망고맛(이 틀림없을) 젤라또는 오롯이 여자만을 위한 것이고 그녀는 한 입만에 행복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디저트를 다 마칠 때까지, 남자는 자신의 행복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진의 취향을 그대로 적중한 버스커들의 편곡 실력 때문에 우리는 한참을 강가에 앉아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걸린 그들을 보며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동안, 남자는 단 한 번도 그녀의 디저트에 입을 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얼굴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단 것을 먹는 사람의 것이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은 그의 얼굴 하나면 모두 설명이 됐다.


 행복의 전이는 오직 애정을 근거로 한다고, 나는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는 만족과 행복은 별다른 장애 없이 내 것이 된다. 굳이 망고맛 젤라또를 따라먹지 않아도, 작고 노랗고 단 것에 집중한 상대방의 존재에 우리는 행복을 얻는다.

 

 동그란 아이스크림 한 스쿱은 하나의 세상이다. 행복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강력한 의지가 세계처럼 뭉쳐있다. 배부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닌 음식. 먹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이 손바닥 만한 것엔, 그리하여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다. 혀와 뇌를 자극하는 당분이 주는 생리적 쾌감. 그리고 그 디저트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상대의 애정으로 채우는 관계적 충만.


 단 것이 채우는 생리적 만족감이 너무나도 즉각적인 것이라 우리는 후자를 자주 잊는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온 세상에 달고 부드러운 것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한 폭의 그림이라는 진부한 표현 말곤 설명이 되지 않는 그 날의 테주강. 당장 춤을 추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사람들은 흥에 차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등지고 앉아 있던 연인에겐 아이스크림 한 스쿱과 충만한 애정으로 가득한 눈빛, 그들의 낭만은 거기에 있었다.



 우리의 행복은 밀가루나 설탕이나, 그 밖의 어떤 것이 되어 세상으로 흩어져, 몇 번의 가공 후 디저트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엔 꽤 자주, 디저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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