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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야 Dec 01. 2021

염색

하고 싶어서가 아닌 필요에 의한

언제부터 염색을 했었나 생각을 해보니 20살 이후로는 줄곧 염색머리였던 것 같다. 

한 번은 금발에 가까운 탈색을 하고 나서  집에 갔더니, 아빠가 “거기까지”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실제로도 노란 기운의 머리는 나랑 어울리지 않아서 머리를 더 밝게 하거나 현란하게 해보지는 않았다.


그저 약간의 갈색, 약간의 붉은 갈색, 약간의 회색빛 등등.

대체적으로 그저 조금 밝거나 어두운 갈색 계열의 염색을 계속해왔었다.


나는 20대 후반을 일본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사쿠라색이라고 핑크에 오렌지를 섞은 갈색머리를 주로 했었다.

꽤나 화사한 핑크빛의 갈색머리라 마음에 들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고서는 같은 색을 묘사할 수 없어하지 못하게 되어 아쉬웠다.


다른 이유 


나는 머리가 꽤 빨리 자라는 편이라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뿌리가 자라 

동그랗게 까만 도넛 모양이 생겨났는데, 그게 싫어서 주기적으로 꽤나 열심히 염색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30대 중반쯤 되어서 아무렇지 않았던 두피가 점차 따가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염색을 그만 두기로 했다. 다행히도 짙은 검은색의 머리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뒹굴거리며 엄마랑 노닥거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말하길 “어머나아 우리 딸이 벌써 흰머리가 보이네, 엄마는 좀 슬프다.”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래서 거울 앞으로가 머리를 쳐다보니 가르마에 정말로 삐죽삐죽 흰머리 몇 가닥씩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음 뭐 한두 개쯤이야 라고 생각하며 발견 족족 톡톡 뽑아버렸는데,

점점 많아져서 이제는 뽑아 버리기도 뭐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신기한 건 처음엔 놀라다가 이젠 아아 또 흰머리네 이렇게 반응하는 나.

뭐든 익숙해지면 대수롭지 않아 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주기적으로 염색을 한다.

멋 부리기가 아닌 새치머리용으로,

흰머리가 더 많아지면 멋스러울지 몰라도 지금은 뭔가 간간히 희끗한 게 신경이 쓰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흰머리가 없을 때 염색하지 말걸.

괜스레 그때는 안 해도 괜찮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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