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같은 40대, 여름에 피는 꽃, 퇴근 길에 스쳐가는 꽃을 보며 앞으로 다가 올 여름에 필 꽃이 무엇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잠시 하늘을 멍 때리며 쳐다 봤다. 살면서 난 여름에 내 주변에 무슨 꽃이 피는지 한번도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아니, 나를 태워버릴 것 같은 더위와 싸우느라 주변에 무슨 꽃이 피었다 지는지를 볼 수 있는 겨를이 없었다. 짧지만 강렬한 자연의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주변에 어떤 아름다운 꽃이 피었는지도 알지 못 하고 지나는 계절이 여름은 우리에게 그런 계절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매년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름, 그리고 그 여름 같이 다가온 우리 인생의 한번 뿐인 40대, 한 여름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우듯 우리는 때로는 치열하게 시련에 맞서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뜨거운 열기 속에 데워진 아스팔트에서 한 발 자국도 떼지 못 할 만큼 삶에 지쳐 더 이상 나아가지 못 할 때도 있다. 그래서 한 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쉴 수 있는 그늘을 찾아다니 듯이, 타 들어가는 몸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물을 찾아다니 듯이, 40대의 우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 없이 삶 속의 안식처, 나만의 쉼터를 하염없이 갈망하고 갈구 하고 있을 지 모른다.
혹독한 더위와 싸우느라 주변에 어떠한 꽃이 피었는지 알지 못하는 여름처럼 40대의 삶은 어쩌면 꽃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고단한 삶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여름 같은 40대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누군가는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오솔길에 피어 여유롭게 가을 바람을 맡고 있는 코스모스 같은 50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비롯 하늘은 청명하지만 여름 내내 푸르렀던 녹음을 잃은체 매서운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과 같은 50대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1년 중 여름을 가장 즐겁게 보내기도 한다. 여름은 우리가 가장 기다리는 여름 휴가가 있고 그 속에서 때로는 친구들과 때로는 가족들과 계곡으로 바다로 떠나 만드는 즐거운 추억이 있다. 쉽게 몸이 지치는 계절이 여름이지만 또 가장 많은 활동을 하고 그 활동에서 가장 많은 즐거움을 찾는 것도 여름이다.
그런면에서 어쩌면 여름 같은 40대는 우리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은 것을 하고 있고 이루고 있는 그래서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은 기억과 추억을 만들고 있는 시기 일 수도 있다. 힘든 무더위와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자란 과일과 곡물들이 풍요로운 가을을 우리에게 주듯이 지금의 40대 힘듬은 미래의 풍요로운 50대, 60대를 우리에게 줄 지도 모른다. 여름에도 꽃은 핀다. 단지 내가 아직 그 꽃을 재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이 글을 마치며 나는 여름 피는 꽃이 무엇인지 나의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