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다시 써 본다. 한달을 꼬박 쉬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끄적끄적 한 내용은 한 두개 있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고 2년만에 처음으로 한달 동안 손을 놓은 것이다. 주제를 찾고 글을 이어나가고 끝 맺음을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고 그러면서 찾아오는 답답함과 압박에 대해서 이전에도 한번 이야기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꾸역꾸역 글을 썼던 것 같다. 이렇게 완전히 단 한 글자도 쓰지 않고 15일 이상 온전히 시간을 보내 본 것은 처음이다.
한달에 한편씩 글을 써야 겠다고 마음 먹은 이후부터 2년간 아침 출근 전 단 10분이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고 쫓기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한달은 솔직히 정말 편안했다. 일과 중 가장 소중하게 나 스스로 준 아침 커피 타임을 온전히 커피와 시간에만 집중을 할 수 있었고 또 때로는 너무 피곤하고 귀찮으면 그냥 건너띄어도 되었다. 건너띄는 커피 타임 대신 잠을 조금 더 자기도 하고 뛰어서 환승하던 것을 걸어서 하기도 했다. 하나의 글이 끝나 갈 무렵 항상 일상 속에서 새로운 주제를 찾기위해 주변을 끊임 없이 바라보았고 쓰던 글의 다음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침내내 했던 고민을 하지 않았다. 지난 한달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었다.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없는 정말 백지장 같은 마음과 머리로 지난 한달 나의 아침을 즐겼다.
여유로웠던 아침, 그렇게 나의 지난 아침을 정의하고 보니 한편으로 또 다른 혼란이 생긴다. 남들 보다 조금 하루를 일찍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그 동안 내가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일상에서 나 스스로에게 주는 하나의 보상, 투자, 혜택 그런 의미로 생각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뿌듯했고 또 자랑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 사라진 빈 자리가 어떤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라 여유와 평안 이라는 단어로 차지하게 된 지금의 나의 모습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상황인지 조금은 혼란스럽고 고민이 된다. 나에게 소중했던 그 시간과 행동들이 어느 순간 나에게 심리적, 육체적인 압박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것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잠재의식이 표출 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나의 모습이 과거 나에게 반복되었던 의지력의 부족이나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말이다.
여유와 나태함의 그 오묘한 차이, 그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정확한 경계를 잘 모르겠다. 40의 고개를 넘어 가고 있는 내 삶 속에서 나는 안타깝게도 여유와 나태함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직접 느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10대 때는 입시 압박에 떠 밀리듯이 꿈도 없이 살았고 20대는 편입과 취업에 정신이 없었으며 30대는 인정 받는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현실에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40대는 나의 가정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그렇게 나의 40의 삶은 어쩌면 우리의 40에 삶은 여유과 나태함이라는 그 차이를 느껴별 겨를도 없이, 생각해볼 틈도 없이 지내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잠시 남아 나에게 찾아온 여유 조차도 때로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 또 때로는 나 스스로 나태함으로 바꾸어 그 여유를 재대로 즐기지도 못 한체 무엇인가를 찾아 해맸던 것 같다.
여유라는 단어는 어쩌면 40의 삶을 살면서 나에게는 또 우리에게는 쉽게 허용되지 않는 단어였던 것 같다. 순간의 여유가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나를 밀리게 만들었고, 잠깐의 여유가 주변으로 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동기가 되기도 했으며, 스스로 갖는 여유는 또 다른 삶의 불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 내 40의 인생을 둘써 싼 환경과 시선 그리고 사회적 위치는 삶의 여유라는 단어를 멀게, 낮설게, 힘들게 만들었고 결국 나의 여유를 나태함이라는 단어로 변모시켜 우리에게서 여유라는 단어를 뺏어가곤 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과연 타인의 시선이, 나를 둘러싼 환경이 정말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어쩌면 나 스스로 나에게 주어진 여유가 너무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불안을 외부로 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끔 지방 출장을 가면 항상 마음 속으로 원했던 뷰가 좋은 카페에서 아무도 방해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가 있다. 언제나 가지고 싶었던 그 여유로운 시간도 나는 커피가 나오는 순간 부터 노트북을 펼치곤 한다. 분명 이전부터 그리워하고 원했던 여유임에도 난 그 시간을 단 10분도 즐기지 못 한다. 주변의 그 어떤 시선도 나에게 주어진 여유의 시간을 나태함으로 바라보지 않음에도 나는 스스로 그 소중한 순간을 쉽게 놓아버린다. 삶의 작은 쉼표를 갈망하지만 막상 그 쉼표를 찍는 순간 나는 무엇인가에 쫒기듯 바로 지워버린다.
40 고개를 넘어 살아온 나는 어쩌면 나를 위한 여유를 찾는법을 모르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찾는 법을 모르기에 여유를 가져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가져보지 못했기에 그것을 즐기는 법도 유지하는 법도 모르고 있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연히 찾아온 여유는 불안으로 다가오고 이내 나태함을 바꾸어 그 순간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발만 물러서면, 앞으로 걸어가는 속도를 한 템포만 늦추면 여유라는 것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않는다. 찾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것을 유지하고 즐기는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방법의 방법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는 난 오늘도 잠자리에 누우면서 그렇게 생각 할 것이다. "내 삶에도 작은 쉼표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