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악마의 대변자
지방에 사람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만 하길래 사람이 사라지면 좋은 점에 대해서도 탐구하려고 한다. 지방사람으로서 지방이 소멸하는 것에 반대하고 직업만 있다면 지방에서 당연히 살고 싶다. 당장 지방과 수도권 사이에 이루어지는 환경 부정의에 대해서 연구하고 싶은데 이것의 전제는 지방이 그만큼 가치를 쥐고 있어야 되는 연구다. 지방이 죽어도 된다는 판단이 권력자를 설득한다면 내 연구는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가 버릴 것이다. 이런 의구심을 풀기 위해서 가장 악마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그것을 타파하는 것이 좋다.
환경정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지방에 사람이 없는 게 더 편하다. (생태주의적 관점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생태주의적 관점을 고려하면 인간 외에 지방에 있는 생명체에게 피해가 가서 이것은 성립되지 않는 소리다.) 착취 당하는 대상이 없다면 정의는 지켜진다. 아무도 없는 땅에 발전소를 세우고 쓰레기 처리장을 만드는데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정의는 실현되는 것이다. 누구도 피해보지 않지만 누구나 이익을 보는 사회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단지 지방에 사람이 사라져서 땅만 남는다면 이루어질 수 있다. 발전소와 송전탑을 짓는데 시위하는 사람이 없고 그런 사람에 대한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펺안하고 우아하게 이익을 누리면 된다. >> 이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반박할 여지를 찾기가 어렵다. 당장 주제가 지방 소멸 막기라면 모르겠지만 소멸하고 개발하자는 마치 빈 땅을 발견한 제국주의자가 된 것 같아서 설렌다. 윤리적으로 망설이지 않고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화이트칼라를 위협한 지는 너무 오래 되었고 이제 대세는 인간의 육체적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오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처한다면 인간이 많을 이유가 없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0명대에 진입했다. 가입기의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숫자가 1명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국가 입장에서는 세금 내고 노동하고 소비하는 국력의 원천이 줄어서 안타깝겠지만 어쨋든 노동은 AI나 로봇이 하니까 사람이 주는 것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줄어들어서 모든 사람이 수도권에서 살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사람들은 그토록 원했던 서울/경기권에 집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이 줄 것인데 인간이 사는 지역의 넓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서울 경기만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병원, 문화생활을 위한 인프라 등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은 한군데에 모아서 효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 군데에 모으고 가장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치워버리는 님비와 핌피의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에 인간이 사라진다면 저항이 사라지고 한국의 모든 인간들이 사는 수도권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기피되는 시설을 지방으로 치워버릴 수가 있다. 이렇게 지방이 사라지는 것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왜 수도권에서는 지방을 소멸시키지 않으려고 할까? 정확히 말하자면 지방에 사람들이 계속 살지만 수도권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 힘을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너무 많이 있으면 뭉쳐서 저항하는 존재지만 하나만 있다면 그 기능을 다 하는 한 편 목소리는 덮어버릴 수 있다. 지방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땅이 한국의 땅이라는 증언이 된다. 대표적으로 울릉도와 독도와 계속 사람을 보내는 것이다. 어떤 국가의 국민이 국가의 시스템 아래서 어떤 지역에 생활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다. 어떤 곳에 식민지가 세워지면 식민지 지배국은 식민지에 자국민을 보냈다. 알박기가 그렇게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사람을 강제로 차출해서 지방에 살게 하는 것은 큰 반발을 부른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차출되지 않도록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에는 수도권에 필요한 시설들이 있다. 댐, 전기 발전소, 쓰레기 매립지 등 우리 집 앞에 두고 싶지는 않지만 어쨋든 사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따로 사람을 보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가장 기본적으로 지방에 사는 사람이 이것들을 관리하면 편하다. 그래서 지방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서울에서는 사람을 만들기 어렵다. 사람이 많이 모여야 도시가 유지되기 때문에 도시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서울은 그만큼 애를 낳지 못하는 도시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6명 수준이다. 서울에서 애를 낳을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서울에 콩나물처럼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방에서 온다. 지방에서 사람이 모두 사라져버린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은 계속해서 튼튼한 노동력을 공급해주는 공장을 하나 잃은 것이다. 그래서 지방이 소멸하면 안 된다. 지방은 계속해서 사람을 공급해줘야 한다.
다행히도 정치, 경제적으로 지방에 사람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지만 지방이 정치적 힘이 없고 수도권에 나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버릴 수 없는 약점을 쥐고 그 약점을 통해서 생존을 갈구해야 한다. 수도권이 지방이 나대지 못하는 좀비 상태가 되기를 원하는 것도 지방이 죽으면 이익을 잃기 때문이다. 이런 외줄타기에서 지방은 그만큼의 급부를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