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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숲 May 16. 2018

뻔(Fun)해질 것인가 Fun해질 것인가

브랜드 가치를 위한 장기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필요성

 2000년 ㈜아트웍스코리아에서 브랜딩한 펀샵(FunShop) ‘어른들의 장난감’‘어른들의 놀이터’‘키덜트’ 라는 키워드로 시장에 접근하였다. 조금은 덕후(?)스러운 컨셉으로 시장에 나타난 펀샵은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유니크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발굴하여 소비자를 유혹했다. 나 역시 그러한 덕후스러움에 이끌려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으로 펀샵의 제품들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소비자 중의 하나이다.  


 펀샵의 타깃은 분명했다. 구매력이 높은 30~40대 직장인이자 덕후 기질이 있는 남성들. 그러한 덕후스러움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펀샵은 위 타깃된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2013년 강남역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였고 지난해에는 CJ오쇼핑이 ㈜아트웍스코리아의 지분 70%를 인수하였다.


 펀샵의 마케팅 전략은 제품의 유니크함으로 인해 단순히 생각하면 기존 시장에서의 마케팅 방식과 다소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실 마케팅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지킴과 동시에 적절한 브랜드 마케팅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Sengmentaion(시장세분화)


 특화된 시장영역에 집중하였다. 바로 키덜트 시장이다.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불리는 키덜트는 모든 어른이 선호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키덜트 시장에서 영역을 또 한번 세분화하고 분할영역의 최초가 되었다. 현재 키덜트 시장은 의류, 모형, 생활용품 등 점차 다양화, 세분화 되어 있지만 15년전만 해도 국내 키덜트 시장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제품 또한 다양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장에서 펀샵은 피규어를 비롯한 각종 ‘수집 아이템’들을 집중공략 하였다. 그 결과 30-50대 남성 고객이 펀샵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Targeting(타깃설정)


 위 세분화된 시장에서 구매력이 높은 30~40대 직장인이자 수집에 대한 덕후 기질이 있는 남성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Positioning(포지셔닝)


 ‘어른들의 장난감’, ’B급 감성 이라는 키워드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위와 같은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였다.

 

Customer Value(고객 가치)


 타깃이 된 위 수집가들은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빨리 제품을 수집하고 싶은 욕구가 잠재되어 있다. 따라서 제품 발굴의 ‘최초’에 집중하였다.

 ‘스타워즈 BB8’은 국내에 가장 빨리 단독 소싱하여 오픈 네시간만에 300개정도를 판매하고, 하루 매출 1억 5천 기록하게 한 펀샵의 영광의 제품이다.



Cost to Customer(고객 비용)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희귀한 제품,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을 발굴하여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사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펀샵이 이를 대신하여 소비자들에게 선사해주었다. 타깃이 구매력 높은 젊은 직장인으로, 위 기회비용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Convenience(편의성)


 펀샵은 온라인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여 소비자가 언제든지 접근 가능하고 구매 가능하도록 그 편의성을 높였다.



Communication(커뮤니케이션)


 펀샵은 온라인상 제품에 대한 사용 설명을 판매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제품의 장점과 단점을 후기를 남기는 방식으로 하였다. 제품의 좋은 점만 설명하는 기존 판매 방식은 소비자의 기대치와 판매자의 기대치가 불일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제품, 곧 브랜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제품의 솔직한 평가를 담아내어 소비자와 판매자의 기대치 차이를 최소화 하여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또한 마니아층의 솔직한 상품 후기들을 항상 관찰하고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여 상품을 선별하고 판매와 수익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Brand Value와 가장 밀접한 브랜드 마케팅에 관한 전략이다.



반대세력이 존재하는 만큼 마니아층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키덜트를 좋아하지 않는 어른들은 대부분 쓸모가 없는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낭비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수의 어른들에 반하여 마이너로 분류될 수 있는 키덜트 마니아층에게는 펀샵이 그야말로 천국이다. 쓸모없지만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들로 마니아층의 구매욕구를 자극하여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쌓았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스타트업 협업을 위한 이미지 구축하였다.


 펀샵은 2016년 마케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택하였다. 이는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의사와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재원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크라우디와 제휴하여 크라우드 펀딩관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스타트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준비하였다. 스타트업 협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된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제품 설명 컨텐츠로 공감을 형성하였다.


 펀샵은 블로그, Facebook, Instagram 등 다양한 SNS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위 SNS에서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판매 제품들을 노출하여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고 구매 욕구를 발현시킨다.

 요리, 운동, 힐링, 인테리어 등의 주제를 정하여 각 주제별로 플롯을 만들어 사이사이 제품을 노출시킨다. 예를 들어 요리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펀샵이 제공한 요리 과정 스토리에 공감한다면 이에 동참하고 싶어지게 되고, 동참하기 위해 제시된 제품들을 사게 되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주는 메시지의 단일성과 일관성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최근 고객층이 30~50대 여성이 주를 이루는 CJ오쇼핑은 고객층의 70%이상이 30~40대 남성으로 이루어진 ㈜아트웍스코리아를 인수하였다. 이후 펀샵은 브랜드의 타겟팅의 범위가 조금은 넓어진듯한 경향을 보인다. 1인가구, 1코노미의 트렌드에 따라가고 있는 30~40대 직장인. 워라밸에 대한 욕구가 높고 구매력이 높은 30~40대 모든 직장인. 이에 따라 브랜드의 키워드 또한 ‘어른들의 장난감’에서 ‘New Life Style’로 조정되었다.





 인수 이전 블로거들의 후기들을 살펴보면 광고성이 아닌, 실제 구매 소비자들의 후기가 주를 이루었다. 각자의 덕후스러움의 취미생활이 다양한 만큼 상품의 카테고리 또한 피규어, 장식품, 문구류 등 정리되지 않은 형태였다. 그러나 인수 이후 펀샵으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상품 후기를 작성하는 광고성 블로거들의 후기 컨텐츠가 생성되고 있다. 폴딩박스, 데스크 등 리빙에 관련된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상품을 제공받은 블로거들 또한 #트렌드 #소비 #일상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렌드' 라는 키워드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홍기자의 펀샵’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도 연재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부산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기도 하였고 펀샵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Life 라인의 제품들이 롭스에 입점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펀샵의 행보는 그동안 펀샵의 성장의 일등공신인 마니아층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듯 하다. 조금 더 많은 고객층을 섭렵하기 위한 펀샵의 시도가 'New Life Style' 이라는 키워드 아래 펀샵의 제품들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더 특별하고 구하기 힘든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었던 펀샵의 덕후스러움이 대중화된 것이다. 펀샵만의 색을 잃는 것 같다는 마니아층들의 불만이 적지 않게 표출되고 있다.


 이에 펀샵은 모바일 리뉴얼 기념으로 장바구니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펀샵의 우수고객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본사를 방문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펀샵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실제로 업무에 활용하고 취미와 휴식을 위한 공간과 아이템들을 갖춰놓은 사무실을 보여주면서 펀샵의 덕후스러움이 변색되지 않았다고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 하지만 이는 워라밸이라는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경직되고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아닌 유연성있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보여줌으로써 워라밸을 직접 실현하고 있는 펀샵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위 이벤트들의 목적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였는지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가다가 기존 고객들의 펀샵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펀샵은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해야할 것인지 확실히 결정해야할 때가 된 듯하다. 기존고객을 지킬 것인가, 트렌드 시장에 뛰어들어 또 다른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할 것인가. 

 이는 펀샵의 선택이겠지만, 현재 펀샵은 후자로 이미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이 경우 다양하고 독특한 아이템들을 파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이미 시장에 넘쳐나기 때문에 Life Style 에 관한 ‘최초’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2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안고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B급의 트렌디하고 유니크한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의 펀샵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에 입점했던 펀샵이 쓸쓸히 올해 4월로 폐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듯 하다.


 결국 펀샵이 처음 타겟팅했던 수요층과 키워드로 하루 빨리 전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펀샵이 오래가고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드를 따라 큰 시장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 자신이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New Life Style이라는 트렌드 키워드를 대놓고 드러내며 따라가기 보다 이미 펀샵이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던 제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강조하여 ‘소확행’의 트렌드를 이미 펀샵이 주도해오고 있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기존 고객들의 충성심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새로운 고객도 소비자층으로 유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덕후스러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소확행'과 연결하여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고, 새로운 트렌드 리더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펀샵이 최근 SNS를 통해 제품에 대한 스토리텔링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펀샵의 초기 마니아층이었던 나로서 온라인샵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New Life Style이라는 문구는 여전히 옥의 티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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