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의 계절, 해소의 계절, 이 시대의 여인들이 여름을 잘 보내는 방법
물 안줘도 며칠만 지나면 상추가 폭발하듯 자라나는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기 시작하면서
부드럽게 풀린 땅이 열기를 머금기 시작하는
열기 가득한 여름이 왔다.
태양을 피하는 법, 많다.
에어컨
손선풍기
아아
등등등
그저 열기를 피하기에 바쁜 현대사회이지만
이 열기가 얼마나 몸에 필요한 에너지인지 생각해보면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치며 내부의 열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행위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름, 오행으로 화기,
뜨겁게 부딪히며 열을 내는 시기,
설레는 썸 타다 눈빛이 팡팡 입술도 팡팡 몸도(?!!!) 팡팡 부딪히며 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남들은 눈꼴시려 보지 못하는 그런 기운,
뜨겁게 부딪혀 폭발하는 열기,
화려하게 상승하는 힘.
내 몸에 그런 뜨끈한 에너지가 있다니
믿기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에너지는 모두에게 존재한다.
바로 심장과 소장 속에.
심장과 소장이 하는 일은 의학적인 것 외에
이 '화기운'을 만드는 것이라고 동양의철학에서는 설명한다.
화기운이 왕성하다는 것은 심장과 소장이 건강하다는 것이고
심장과 소장이 병들면 이 화기운이 쇠하여 균형이 깨지면서 각종 문제가 생긴다.
쇠하는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것이 울체되고 막히고 굳어 물질적인 문제까지 이어진다.
병명을 진단받는 것이다.
나는 이 화기의 에너지가
특히 한국여자들에게 아주 많이 쌓여있음을 안다.
어머니의 어머니, 할머니의 할머니때부터 이어져 온 홍익인간 DNA에는
음주가무를 사랑하며 또 능통하면서
예술적이고
정과 사랑이 넘치는 나무지 이웃의 자식까지 내새끼처럼 돌보는
옆집 굶는 꼴 못 보는
유사시에는 나 하나, 내 식구 하나 사는 것보다 역사적 사명이 더 중요함을 아는
그런 백두대간보다 더 높고 만주벌판보다 더 넓은 심장의 소유자들임을
그들의 후예임을 안다.
내가 한국여자이기에 더 알 수 있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 바쁘디 바쁘고 부조리한 현대사회에서
몸과 마음이 비틀려져버려
맘껏 발산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해 쌓인 한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나마도 함께 도란도란 호박씨도 까고 웃고 했던 만남의 장소들도
모두 코로나에 빼앗겨버렸으니
오뉴월 서리가 내린다면 현대사회 뭇 여성들의 마음에 내려앉고 있을 것이다.
나또한 여름을 그냥 보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위를 최대한 피하고 땀을 최대한 덜 흘리면서 보송한 피부와 최소한의 메이크업을 지키고자 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내면에 쌓여가는 몽글몽글한 불쾌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결국은 짜증의 형태로 내보내보린 게 한두번이 아니라 수십번 수백번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안다. 그 마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울체되어가는 에너지를 발산해달라는 심장의 아우성임을 안다.
주저없이 샌드백을 치러 간다. (일하는 곳에 운동공간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처음엔 살살 툭툭 치다가 어느순간 심장에 열이 차오르면
마구 세게도 치고 빠르게도 치고 갑자기 다리도 들어올리게 되고
는질러도 차고 돌려도 차고 뒤로도 차고
남들이 보면 가관일 내 모습...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무아의 경지에 빠져 잠시 나와 샌드백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내 호흡으로 나의 온몸을 사용해서 자유롭게 기운을 발산하는 행위는
생명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마땅한 행위다.
이걸 잘 해야 건강하다. 건강한 사람은 이 행위를 알게 모르게 하고 있다.
균형이 무너지려는 순간마다 호흡을 잡고 내 안으로 가져오는 행위를.
그것이 명상의 형태일 수 있고 다양한 운동의 형태일 수 있고 수련의 형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를 다시 숨쉬게 하는 이 행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내 주변에 사랑하는 여인들은 (주로 센터를 찾는 여인들)
대부분 남편, 아이 건사하느라 바쁘고 힘들다.
그러면서 꿈 쫓고 있는 이는 그 대로 힘들고
꿈을 잃은 이는 또 그 대로 힘들다.
나는 내 몸과 마음 하나 건사하느라고도 이렇게 힘든데
얼마나 고단할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그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든만큼 힘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함께라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에너지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꿈이 있든, 없든 존재만으로 충만했으면 좋겠다.
영화 소울의 메시지가 그러하듯
삶은 그저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그러려면 내가 온전해야 하고
나는 살과 앎이 힘으로 묶여 하나된 존재이기에
살(몸)도 온전해야 하고 앎도 온전해야 하고 힘도 온전해야 한다.
나부터 챙겨야 한다.
나라는 소우주부터 챙겨야 한다.
내 안의 행성이 궤도를 맞춰 잘 돌고 있어야 한다.
나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너지기 직전 알아차리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여름에 심장이 어떻게든 에너지를 발산해주길 바라며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여름은 좋은 계절이다.
필요한 운동들이 좀 격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고 많이들 하는 운동들이다.
어렵게 경락 공부하고 기술 익혀야 하는 것보다 마구 두드리고 차고 해소하는 운동들이 필요해서 좋다.
달리기도 좋고 자전거도 좋고, 클라이밍도 좋겠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계절.
개인적으론 샌드백과 무예 동작이 제일 좋긴 한데 (돈도 안 들고 시간도 별로 안들어서)
어쨌건 나만의 해소법을 찾아나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고 부단히 연구해서 내면의 쌓인 탁기를 마구 털어버려 뽀송한 내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여름, 온전한 나를 만들기 딱 좋은 계절.
놓치지 말고 부딪혀 발산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