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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셩 Jun 13. 2016

새벽 12시의 커피

커피를 마셔도 마셔도 또 마시고 싶은 이들에게



호치민에서 맛본 첫 베트남 커피. 이들은 쓴 커피를 충분히 마셔서 그런지 사람들이 차분하고 여유있는 것처럼 보였다.



발목 아프다며

오밤중에 왠 커피?



이거 마셔야 좀 살 것 같애.



요즘 심장이 터질 듯한 일이 많다.

제어가 안된달까?



열받는 일도 많고

짜증나는 일도 많다.



짜증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럴 땐 어김없이

쓴 게 땡긴다.



내가 시골 사람 같았으면

쑥갓이나 캐다 먹었겠지만



내가 아는 쓴 맛이라곤

커피 그리고 술.



술은 차가우니까

그나마 뜨겁게 커피 한 잔 타서

타는 속 달래보는거야.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믹스는 좀 아니잖아?

아메리카노라면 모르겠다.



그건 먹는 것 같지가 않아.

하루종일 믹스 못 마셔서

어지럽다는 아줌니도 있는걸.



누구 얘기야 대체.



아는 사람.

성당 다니는 분이야.

단체로 어딜 갔는데

아메리카노만 있고 믹스는 없어서

못 마셨더니 현기증이 나더래.



너나 그 사람이나

이상하긴 매한가지다.

암튼, 커피 마셔서 잠 안온다는 소리 하기나 해 봐라.



안 그럴걸.

한 잔 더 먹고싶은 걸 보니.









속에 화가 꽉 들어차 있을 땐

발산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심장에 힘이 떨어질 경우

에너지를 분출하고, 발산하는 게 힘들어진다.

말 못할 사연이 많아진다.

화병이 난다.


그럴 때 사람은

쓴 맛 나는 음식을 저절로 찾는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씀바귀, 고들빼기, 쑥갓, 취나물,

각종 쓴맛 나는 음식과 약재가 떠오르겠지만


자연의 품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은

쓴 것, 하면 떠오르는 게

커피, 초코렛, 술 등일 것이다.


그래서 커피 땡기고 

술 땡기고

초코렛 달고 산다.


아이도 예외는 없다.


화병 안 나려면

쓴 것 좀 먹어줘야 한다.


그게 언제든, 누구든 간에.

믹스든, 아메리카노든.


시집살이 하느라 새까맣게 속이 탄 여인들이

괜히 솥바닥 검댕을 긁어 먹은 게 아니다.


커피 많이 마시면 안 좋대.

믹스, 몸에 해롭다는데.


모두 소용 없는 얘기다.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정직하다.


필요할 땐 당기고,

아닐 땐 내보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은

사실 아주 건강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쓴 게 땡긴다면,

한 번 세게 먹어보자.


에스프레소만큼 진한 커피에

미친듯이 달콤한 연유를 탄 커피를 

아침마다 꼭 한 잔씩 마시는 베트남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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