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셔도 마셔도 또 마시고 싶은 이들에게
발목 아프다며
오밤중에 왠 커피?
이거 마셔야 좀 살 것 같애.
요즘 심장이 터질 듯한 일이 많다.
제어가 안된달까?
열받는 일도 많고
짜증나는 일도 많다.
짜증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럴 땐 어김없이
쓴 게 땡긴다.
내가 시골 사람 같았으면
쑥갓이나 캐다 먹었겠지만
내가 아는 쓴 맛이라곤
커피 그리고 술.
술은 차가우니까
그나마 뜨겁게 커피 한 잔 타서
타는 속 달래보는거야.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믹스는 좀 아니잖아?
아메리카노라면 모르겠다.
그건 먹는 것 같지가 않아.
하루종일 믹스 못 마셔서
어지럽다는 아줌니도 있는걸.
누구 얘기야 대체.
아는 사람.
성당 다니는 분이야.
단체로 어딜 갔는데
아메리카노만 있고 믹스는 없어서
못 마셨더니 현기증이 나더래.
너나 그 사람이나
이상하긴 매한가지다.
암튼, 커피 마셔서 잠 안온다는 소리 하기나 해 봐라.
안 그럴걸.
한 잔 더 먹고싶은 걸 보니.
속에 화가 꽉 들어차 있을 땐
발산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심장에 힘이 떨어질 경우
에너지를 분출하고, 발산하는 게 힘들어진다.
말 못할 사연이 많아진다.
화병이 난다.
그럴 때 사람은
쓴 맛 나는 음식을 저절로 찾는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씀바귀, 고들빼기, 쑥갓, 취나물,
각종 쓴맛 나는 음식과 약재가 떠오르겠지만
자연의 품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은
쓴 것, 하면 떠오르는 게
커피, 초코렛, 술 등일 것이다.
그래서 커피 땡기고
술 땡기고
초코렛 달고 산다.
아이도 예외는 없다.
화병 안 나려면
쓴 것 좀 먹어줘야 한다.
그게 언제든, 누구든 간에.
믹스든, 아메리카노든.
시집살이 하느라 새까맣게 속이 탄 여인들이
괜히 솥바닥 검댕을 긁어 먹은 게 아니다.
커피 많이 마시면 안 좋대.
믹스, 몸에 해롭다는데.
모두 소용 없는 얘기다.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정직하다.
필요할 땐 당기고,
아닐 땐 내보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은
사실 아주 건강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쓴 게 땡긴다면,
한 번 세게 먹어보자.
에스프레소만큼 진한 커피에
미친듯이 달콤한 연유를 탄 커피를
아침마다 꼭 한 잔씩 마시는 베트남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