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를 말리며
아버지가 텃밭에 갔다 오시면
어김없이 많은 양의 푸성귀를 놓고 가신다.
쌈채소는 그냥 먹으면 되는데
이놈의 배춧잎, 무청이 문제로다.
엄니는 삶아서 얼리거나 꾸덕하게 말리시는데
나는 그냥 그대로 널어서 말리는 걸 좋아한다.
마침 내일부터 춥다고하니
시래기 우거지 말리기 딱 좋은 날이다.
명주실을 잎사귀에 하나하나 꿰며
조상님의 지혜를 생각해 본다.
그 어느 것도 버리지 않고
순환시켜버리는 지혜.
몸으로 삶으로 익혀 온 지혜.
떨궈진 잎사귀를 하나 하나 주워담아
실에 꿰어 그늘에 널어놓는 수고로움이
겨우내 식구들 몸을 뜨끈하게 데워줄
땔감이 되어 줄 줄은 누가 알겠는가.
눈앞에 쌓였던 잎들이
어쩌면 버려졌을 수 있던 것들이
점점 쓰임을 갖춰 가는 걸 보며
버리지 않을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사진: 시래기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