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행복
1년의 수명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수명, 시간 등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사고 판다는 개념은 많은 영화나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앤드류 니콜 감독의 2011년작인 ‘In time’이 있습니다. 이 영화 속 세계에서는 돈 대신 시간을 화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살 때도, 버스요금을 낼 때도, 심지어 월급을 받거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때도 자신의 수명이나 다름없는 시간을 지불하거나 지급받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사람에게 1초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갖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의 1년의 수명 가치는 365일의 시간과 동일할까요?
이번에 소개할 책은 미아키 스가루의 ‘3일간의 행복’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수명, 시간, 그리고 건강을 매입할 수 있는 가게가 등장합니다. 매입하는 수명의 가격은 인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감정합니다. 이 가게에서 가치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회적 공헌도나 지명도와 같은 객관적으로 알기 쉬운, 근거가 확실한 ‘행복’입니다. 반대로 이전의 자신보다 지금의 자신이 행복하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한다고 해서 이 가게에서 현재 수명의 가치를 전보다 높게 측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수명을 팔아 시한부와 다름없는 인생을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란 말을 듣곤 하는 ‘인간의 생명’이, 실제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이 책은 주인공 ‘쿠스노키’가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교사에게 들었던 질문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교사는 정답은 없다고 말하지만, 책에서 읽었던 샐러리맨의 평균 연봉인 3억 엔을 수명의 가치로 추정하는 아이부터 사람의 목숨에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아이까지 다양한 답변이 나옵니다. 쿠스노키는 막연히 자신은 이 교실의 누구보다 우수하며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의 수명의 가치를 약 30억 엔이라고 추정합니다. 그리고 10년 후, 그는 진짜 자신의 수명을 팔게 됩니다.
스무 살이 된 그는 그의 생각과 달리 우수하다거나 훌륭하다는 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별다른 목표도 없었고 행복하지도 않은 삶을 살며,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러한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였던 ‘히메노’와 한 약속이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고, 우리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나서……. 혹시 그때, 둘 다 한심하게도 결혼할만한 상대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때는 선택받지 못한 사람끼리,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그녀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때까지 어떠한 매력적인 여성이 관심을 표해도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무리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병원에 가게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에서 일을 쉬라는 말을 듣고는 생활에 보태기 위해 자신의 물건들을 하나씩 팔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책을 팔러 간 고서점과 CD를 처분하기 위해 방문한 CD샵, 두 곳에서 수명을 매입하는 가게에 대해 듣게 됩니다.
처음엔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던 그는 밑지는 셈 치고 그들이 알려준 약도를 따라가 보게 됩니다. 하지만 수명을 매입하는 가게는 진짜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감시원인 ‘미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쿠스노키의 수명은 30년 하고 약 3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었고, 미야기는 가게에서 책정한 그의 30년 수명의 가치는 30만 엔으로 1년에 최저 매수 가격인 1만 엔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가 처음 예상했던 최저 금액인 3억 엔에는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이었지만 그는 고민 끝에 수명을 팔게 됩니다. 그 다음날 아침, 미야기는 그의 집 초인종을 누릅니다.
미야기가 그의 집에 오게 된 이유는 가게에 수명을 거래한 사람의 남은 생이 1년 이하로 줄어들 경우, 자포자기하여 타인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어 가게 측에서 제시한 규칙 때문입니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의 곁에서 그를 관찰하며, 때로는 말 상대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쿠스노키는 미야기와 함께 생활하는 2달 동안 삶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자신’이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이나, 어린 시절 꿈이었지만 크면서 좌절하여 그만두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는가 하면,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자신의 행복, 그리고 타인의 행복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미야기는 그런 그를 북돋아주고 지켜봐 줍니다. 그렇게 그는 생이 한 달 하고 사흘이 남은 시점에 30일의 수명을 미야기를 위해 또다시 팔게 됩니다. 이때 책정된 30일 수명의 가치는 이전 30년 수명의 가치보다 훨씬 값졌습니다. 남은 사흘의 수명을 팔지 않은 이유는 가게에서 생의 마지막 3일에 대한 매입은 진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3일에 대해서는 감시원도 붙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수명 중 남은 3일의 첫째 날을 미야기와 함께 맞이하며 글은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은 주인공 쿠스노키의 독백으로 끝이 납니다.
아마도 그 3일은.
내가 보냈어야 했던 비참한 30년보다도.
내가 보냈어야 했던 유의미한 30일보다도.
훨씬, 훨씬 가치 있는 나날이 될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삶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가치에 따라 그 사람의 수명 또한 가치가 매겨지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사람의 인생은 객관적으로 딱 떨어지게 값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면 무척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가치가 절대적인 값으로 매겨지니 명쾌하겠지만, 매 순간 나의 선택으로 그 가치가 변화하는 것을 보면 또 다른 무언가에 의해 나를 통제받고 있다는 생각에 무력감과 허탈감 또한 들 것 같습니다.
인생과 같이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들은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과정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불행했던 이유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현실과의 괴리를 느꼈을 때조차도 자신의 가치는 불변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미야기는 인생의 가치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녀 또한 처음에는 인생의 가치가 변한다는 사실에 확신을 갖지 못하지만 쿠스노키와 함께하며 변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미야기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줍니다. 행동할 용기만 있다면 언제든 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해야 합니다.
책 속의 상점에서 매입하는 것은 수명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처음 가게에 들어선 쿠스노키에게 미야기가 한 질문은 읽는 내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시간인가요? 건강인가요? 수명인가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시간과 건강, 그리고 수명은 각각 독립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분명히 영향을 주는 것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시간’을 예로 들어본다면, 만약 내가 시간을 팖으로써 수명이나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지만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판 그 시간에 대해 매입자는는 나에게 그 시간 동안 어떠한 생활 방식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면 수명은 충분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속의 미야기의 감시원 생활을 보게 되면 중노동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쉬는 것조차 편안해 보이지 않지요. 글에서 표현되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단편적으로만 보더라도 그녀의 생활은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글을 읽는 내내, 만약 쿠스노키가 수명이 아닌 시간이나 건강을 판다고 전개를 했다면 대체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또 다른 궁금증은 ‘시간과 건강, 수명의 매입 단위가 모두 기간이라면 과연 어떤 것이 가장 비싼 가치를 가질까?’입니다.
글에서 미야기는 모종의 이유로 30년의 시간을 팔게 되어 그 기간을 감시원으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쿠스노키는 30년의 수명을 팔았지요.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글 속의 가게에서는 시간과 수명 모두 기간을 기준으로 매입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건강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30년의 시간과 30년의 건강, 30년의 수명 중 과연 책 속의 가게는 어떤 것을 가장 비싸게 매입할 것인가. 이 대답은 ‘매입의 기준이 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생각을 하다 보면 이 세 가지 선택지는 어떤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모순점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30년의 시간을 판다면, 나의 수명은 30년이 늘어나는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결국 30년의 수명을 선택한 것과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또한 30년의 건강의 가치는 매입의 기준이 되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얻게 되는 결론은 가게의 매입 시스템이 절대적 가치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매입 가격을 정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겠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답이 없는 질문이 되어버렸지만, 이 책을 읽고 ‘만약 나라면 셋 중 어떤 것을 팔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영원과 사랑 중에 사랑을 택하게 됩니다. 가게에서 말하는 가치 있는 수명의 조건에 따르면, 객관적으로 인생의 가치를 책정할 때 훌륭한 근거가 되는 영원을 선택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삶일 것입니다.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수명을 매입하는 가게는 무언가를 팔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과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매입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는 순간, 그 가치는 객관적 가치와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추억과 같은 것들은 그 물건의 보편적인 가치를 올려주진 않지만 특정 개인에게의 가치는 억만금과도 같은 것과 말이지요. 만약 제게 ‘주변 사람이 봤을 때 행복해 보이는 삶’과 ‘내가 스스로 행복한 삶’,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후자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 인생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 속의 주인공도 미야기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성장하여 스스로 삶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게에서 매겨주는 틀에 박힌 가치보다 더 값진 자신의 행복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 또한 지인의 추천을 받았는데, 일본 소설은 등장인물 이름을 외우기 어려워서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선뜻 손이 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글의 소재와 시놉시스가 흥미로워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작은 웹 상에서 ‘수명을 팔았다, 1년당, 1만 엔에.’라는 제목으로 먼저 연재되었다고 합니다. ‘수명’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1만 엔’이라는 유형의 개념으로 표현한 점이 무척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책은 총 275쪽으로 얇고 가벼운 책인 데다가 표지도 눈에 띄고 라이트 노벨 장르의 책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읽기 좋습니다. 하지만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은 여전히 존재해서 잘 읽히는 소설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볼 내용도 많았고, 가볍게 읽기에 적합하여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삶의 가치에 대해 한번쯤 돌아본 분들은 미야기를 위해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마음먹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