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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Jun 28. 2024

11. 너희의 친절함은 초콜릿이 아니다.

'정의하지 않기'와 ‘친절함’의 법칙


흔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 쉽게 정의를 내린다. "저 사람은 '흙수저'야." "그 여자는 '맘충'이야." "쟤는 '외톨이'야." 등등. 문장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 들으면 잊지 못할 상처가 될 만한 단어로 누군가를 재단하거나, 판단하고, 평가해 버린다.


한 사람에게는 수십 가지의 면(面)들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서 결코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가 없다. 나의 친한 지인이 때로는 나의 조력자가 되었다가도, 갑자기 나를 악용하려는 이기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경계했던 누군가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를 크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사람을 쉽게 정의 내리지 말 것, 그리고 늘 친절하게 대할 것. 이 2가지의 사실이다.




먼저, 사람을 정의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누군가를 정의하지 않는 것은 너희에게도 꽤 도움이 된다. 누군가를 정의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쌓으면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삼자가 바라보듯이 멀찍이 떨어져서 사람을 관찰해 보기를 추천한다.


직업이나 환경, 입고 있는 옷차림과 들고 있는 가방,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이나 취향 등 보여지는 사실에 대해 어떠한 가치도 부여하지 말고 상대방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보는 것이다. '와, 꽤 좋은 회사를 다니는구나.' '입고 있는 옷이 굉장히 비싼 브랜드네.' 등등의 평가는 의도적으로 날려버려라. 그저 나와 만난 이 사람 또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라.


물론, 이러한 시선의 밑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깔려있어야 한다. 상대방 또한 때로는 힘들 것이고, 슬프거나 기쁠 것이고, 가끔은 무너질 수도 있는, 나와 같은 또 다른 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실 네가 마주한 바로 그 사람은 수만 가지로 뻗어나가는 인생길 중에서 정말 우연히 나와 한 지점이 겹친 또 다른 시간 여행자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관계 속의 여러 일들에 대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저 사람의 이상한 행동 또한 그저 안타까워하면 된다. 그저 눈썹 한 번 치켜드는 작은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나와 작은 한 점에서 만났다가 헤어질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한다면 너희의 길을 그에게 맞출 필요가 결코 없다.




둘째로, 나는 너희가 늘 친절하게 남을 대했으면 한다. 이 조언은 너무 뻔한 조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또한 안타깝게도 요즘 시대에서는 '친절함'이 무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매사에 친절한 사람에게는 "넌 지나치게 너무 착하다." 하는 비아냥거림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너희의 디폴트 상태가 친절함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말하는 친절함은 어떤 사람에게든지 경계 없이 활짝 웃으며 다가가는 그러한 친절함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목 중 '진실'과 '중용'에 해당하는 친절함이다.


남을 속이려 하지 말라. 순수하고 정당하게 생각하라.
극단을 피하라. 상대방이 옳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도 참아라.

- 벤자민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목 중 '진실(위)', '중용(아래)'


즉,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정당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내가 옳다고 해서 무조건 우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주고, 상대방이 옳다고 여겨질 때에는 그의 말을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것. 이 두 가지를 토대로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대하라는 말이다.


'친절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대하는 태도가 정겹고 고분고분하다'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의 '고분고분함'에 대해 우리 잠시 주목해 보자. 고분고분하다는 것의 사전적 의미는 '말이나 행동이 공손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왠지 모르게 약간의 부정적 뉘앙스가 섞여있다. 고분고분한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줏대도 없고, 자신을 굉장히 낮춰서 다른 사람을 추켜올리는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분고분함에는 '순응적인'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영어로도 고분고분함은 pliable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을 세우지 않고 쉽게 타인의 의견에 흔들리는 유연함, 휘기 쉬움 등의 뜻이 들어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친절함'이라는 단어에는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그래서 자신을 바로 세우지 못하는 이미지가 섞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서, 친절함은 얼마든지 너희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해 주면 그 누구라도 너희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친절한 마음은 모든 모순을 풀어 주는 인생의 꽃이고, 싸움을 해결해 주며,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해 주며, 어둠을 밝게 해준다.

- 톨스토이




늘 친절한 태도를 장착한다면, 상대방은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자신의 깊은 속얘기를 꺼내보였다. ”이건 남한테 처음 얘기하는 건데.. “, ”누군가한테 이렇게까지 말한 적은 없는데.. “ 등등의 말로 시작되는 여러 고백들은 나와 상대방의 연결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아무도 그들이 나에게 솔직한 모습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의 친절함 덕분이었을 것이다.


“상대의 마음은 절대 펼쳐진 책 같지 않다. 서로를 더 이해하는 비결은 상대의 입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공을 들여 관계를 맺는 것이다."

- 니컬러스 애플리


친절함과 관련하여 하나 중요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너희들은 초콜릿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너희는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다. 너희의 친절함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희의 친절함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중해 주기 위한 덕목으로 작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타인이 아닌 너희 자신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오늘의 법칙은 바로 이 두 가지다. 타인을 정의 내리지 않고, 친절하게 대할 것.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너희 스스로가 너희를 정의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너희 스스로를 초콜릿 같은 달콤한 음식으로 정의하지 않기. 이 점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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