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끝내기‘의 법칙
너희들은 일곱 살이던 해에 나에게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그즈음의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면서 그동안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들을 챙겨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일할 때는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일상 속에서 꼭 지켜야 할 부분들이 빠져있었던 것이다. 엉망진창인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나는 여러 규칙을 만들었다. 밥 먹을 때는 무조건 식탁에 잘 앉기,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씻고 나서 할 일 하기, 매일 집안일은 하나씩 꼭 나눠서 하기 등이었다.
그중 너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밥 먹을 때는 무조건 식탁에 '잘' 앉아서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었다. 나는 밥상머리 교육이 안 되어있는 너희들을 보면서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하고 조바심을 냈었다.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너희는 내가 앞에 앉아있어도 여전히 일어나거나 책을 읽으려고 했고, 나는 그런 너희들을 여러 번 꾸짖다가 이내 폭발하고는 했다.
몇 번의 폭발이 있고 난 후, 여전히 장난을 치는 너희들을 보다가 나는 말 그대로 ‘뚜껑이 열렸다.‘ 너희들은 금세 얼어붙었고, 우리는 냉량한 분위기 속에서 어색하게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은 너희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나한테 이렇게 화를 냈다.
"엄마는 요즘 왜 이렇게 우리한테 화를 내요? 그냥 다시 회사로 가버려요!!"
나는 회사를 그만둘 때에 이런 생각들을 했다. ‘그동안 아이들이랑 못 했던 거 많이 해야지. 맨날 손 잡고 돌아다니고, 데이트도 많이 할 거야. 평일에 마트도 가고, 다 같이 거실에서 뒹굴거리기도 하고, 놀이터도 자주 가야지.’ 그랬는데도 나는 내가 세운 규칙들에 매몰되어 있었다. 규칙들을 내세워서 작은 일에 화를 냈고, 너희에게 나의 화를 전염시켰다.
며칠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물론 이 ‘화’라는 감정은 우리 감정의 한 종류이므로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적당하게 화를 표출하는 것과 화에 빠져서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분노와 원망스러움, 답답함과 짜증스러움을 연달아 표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나는 깨달았다. 반복되는 나의 분노를 당장 끊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거부취긍(부정을 거부하고 긍정을 취한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 안의 분노와 불안감을 열린 창문으로 날아가게 두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정적 에너지는 열린 창문으로 날아가게 두고,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라."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
부정적인 생각에 자꾸 빠지는 것도 습관이다. 우리는 한 시간에 2천 가지의 생각을 하고, 24시간에 대략 5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이 오만가지 생각을 스스로 잘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오만가지의 부정적 생각 늪에 빠지게 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사고가 나에게 편해지는 순간, 우리는 만성적인 부정적 사고자가 되어버린다.
부정적인 생각도 습관이 된다. 부정적 사고가 편해지면 거기 안주하게 된다. 따로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면 쉽게 만성적이고 습관적인 부정적 사고자가 된다. 의사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프로작 처방이었다. 그런 방법 대신 나는 내 부정적인 생각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날짜를 정하고 그 이후로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것 대신 일어났으면 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만성적인 부정적 생각들은 당연히 나의 몸에 영향을 준다. 쉽게 우울해지고, 짜증이 난다. 작은 일에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만다. 나 또한 그랬던 것이다. 나의 여러 부정적 생각들에 빠져 너희와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순간들을 보지 못하고, 어둡고 막막한 감정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화를 냈던 그날 이후, 나는 사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너희는 나의 변화를 알아차렸을까?
여전히 나는 때때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럴 때면 나의 상태를 인지하고 데드라인을 정한다. ‘앗, 내가 또 그랬네. 좋아. 5시부터는 부정적인 생각은 그만하자.’ 그리고 정확하게 그 시간이 되면 억지로라도 부정적인 생각을 그만두고, 현재에 집중하거나 또는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악한 것이 아니다. 위급할 때, 필요할 때 상용되는 필수적인 감정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들 또한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특정한 부정적 감정에 깊이 빠져버리면, 헤어나기 어려운 나락에 떨어지는 듯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같은 맥락에서 불평 또한 그래서 자제해야 한다. 게다가 분노나 불평은 너희에게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다.
"절대 불평하지 말라. 불평은 늘 명성을 떨어뜨린다. 불평은 위로하는 연민보다 화나게 하는 정념을 불러일으킨다. 불평을 들은 사람은 그 사람에 피해를 준 사람(=불평한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한다. 즉, 첫 번째 사람이 자신의 피해에 대해 불평하면, 그것을 들은 두 번째 사람은 자신도 첫 번째 사람에게 피해를 줘도 된다는 구실을 얻는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일을 불평함으로써 미래의 불평을 초래한다."
- <사람을 얻는 지혜>
그러니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 데드라인을 두어라. 나의 감정을 늘 주시하고, 부정적 사고와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여라.
이것이 엄마가 말하고 싶은 열 번째 법칙 ‘감정 끝내기’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