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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Jul 04. 2024

12. 너희의 불안함을 끌어안아라.

'불안함'의 법칙


오늘은 나의 불안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겠다.


예전의 나는 완전히 초보 엄마였다. (지금은 그래도 다행히 레벨이 꽤 올랐다.) 내가 초보 엄마였을 때 크게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들은 알아서 잘 큰다'고 생각했던 점이었다. 나는 정말로 엄마가 엄마대로 잘 살면, 너희들은 너희들대로 잘 헤쳐나가면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 당시의 나는 일에 대해 매우 집착하고 있었다. 괜찮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괜찮은 일이라는 것이 결국 타인에 의해 정의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일’을 하지 못할까봐 불안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일이라는 것은 결국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행복은 일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행복은 너희에게 있었고, 또 나 스스로에게 있었다. 나는 괜찮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고,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시간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행복을 재정의했다.


엄마와 아이들은 알아서 각자 잘 살아나가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도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알았다. 너희들이 겪는 수만 가지 일들 속에는 각양각색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누군가는 너희를 싫어하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한 번은 화장실에서 한 아이가 너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났지만 동시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의 시선이 자꾸만 일에 가 있어서 너희를 돕는 데에 너무나 서툴렀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너희를 더 안아주고, 비슷한 상황에서 너희가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히 얘기해줬어야 했다.


나는 불안했다.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닐까 봐 하는 생각에. 내가 느꼈던 어려움을 너희가 그대로 똑같이 느끼게 될까 봐 하는 걱정에.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너희의 엄마로 살아가겠다. 또한 너희는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때때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너희를 안아주고, 괜찮다고 알려줄 것이다.




누구나 불안함에 휩싸일 때가 있다. 실제로 너희 또한 이러한 불안감에 압도되어 매우 힘들어하기도 했다.


어느 겨울, 너희는 둘 다 크게 아팠던 적이 있었다. 당시 유행하는 감염성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다. 고열과 복통에 힘들어하는 너희를 데리고 링거 주사를 맞으러 갔다. 그리고 주사를 맞은 그날 밤, 큰 아이였던 너는 아주 심한 악몽을 꾸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을 보면 사실상 가위에 눌린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는 각자 일주일씩 심하게 아팠다. 그리고 곧 모두 회복했지만,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시작되었다. "가위에 눌릴까 봐 무서워." "지금 바로 가위에 눌릴 것 같아." 하며 너는 몸을 덜덜 떨었다. 나는 아직도 두려움에 가득 찬 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무엇이든지 그 원인을 알면 상황을 다스리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러니 우리의 불안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불안은 보통 두 가지 통로로 나타난다. 뇌의 피질과 편도체이다. 이 중 편도체가 불안 반응의 생리적 원천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공황 발작도 편도체 작용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집에서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를 보았다고 해보자. 심지어 바퀴벌레가 날개를 펴고 날기 시작한다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바닥에 땀이 삐질삐질 나오게 될 것이다. 바퀴벌레로는 안 무섭다고? 그러면 숲을 산책하던 중에 화가 난 곰을 보았다고 해보자. 너희의 심장소리가 바깥에서 들리는 듯이 선명하게 들려올 것이다. 이러한 즉각적인 증상이 바로 편도체에 의해 발생되는 것들이다.


반면, 피질이 만들어내는 불안은 즉각적이지 않다. 피질은 편도체를 자극하는 생각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쉽게 말해서 편도체에 의한 불안은 '지금 당장' 불안한 것이고, 피질에 의한 불안은 '그렇게 될까 봐' 불안한 것이다. 결국 '예측'으로 인해 불안이 따라오는 셈이다. 예를 들자면, 에어컨을 켜둔 채 그대로 자면 위험하다는 생각과 이미지에서 오는 불안은 피질에 의한 불안이다.


"피질 통로는 불안의 주된 원천이다. 전두엽이 상황을 예측하고 해석하면서, 그 예측과 해석으로부터 종종 불안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예측'은 다른 피질 기반 작용인 '근심 걱정'을 만든다."

- <불안할 땐 뇌 과학>, 캐서린 피트먼, 엘리자베스 칼


피질에 의한 불안은 '예측'과 '상상'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들 중 일부는 매우 불안해하기도 한다. 이들의 창의성이 무서운 생각과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날 밤 이후, 가위에 눌릴까 봐 걱정했던 너의 불안감은 피질에서 왔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다행히 피질을 진정시키는 방법들이 있다. 첫 번째는 불안에서 도망치려고 하지 말 것. "불안해하지 마"가 아니라 "불안하구나. 그럴 수도 있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안 반응을 사랑스럽고 인내심 있게 관찰하도록 피질을 훈련하는 것이다. (..) 불안한 생각이 발생하면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불안에 맞서는 궁극적 해법이라는 뜻이다."

- <불안할 땐 뇌 과학>, 캐서린 피트먼, 엘리자베스 칼


두 번째 방법은, 위 같은 책에서 제시하는 것으로 '좌반구를 더 사용하는 방법'이다. 낙관주의는 좌반구와 연관이 있고 비관주의는 우반구와 연관이 있는데, 훈련을 통해 좌반구를 더 사용하면 낙관주의 생각을 연습할 수 있다. 좌반구를 사용하는 방법들로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기, 생각을 자극하는 글 읽기, 게임, 운동 등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부정적 심리 상태와 어울리지 않는 활동으로 의도적인 우반구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기분이 너무 안 좋은데 (잘 안 어울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즐거운 장소와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들은 강박적 사고, 또는 침투하는 생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우리의 머릿속에 달라붙는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들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그 공포스러운 생각을 오히려 계속 떠올리는 것이다.


믿을지 모르지만 뇌에 변화를 주어 원치 않게 침투하는 생각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을 무섭게 하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떠올리는 것입니다. (..) 다시 말해서 그 생각에 자신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채, 자신의 반응을 관리할 더 좋은 새로운 방법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 자체에 대해 주도권을 잡을 때, 당신은 뇌 회로를 재배선하고 고지속적으로 유지될 변화를 일궈내게 됩니다. 이를 노출 작업이라고 합니다.  

- <자꾸만 생각이 달라붙어요>, 샐리 M. 윈스턴, 마틴 N. 세이프


나는 여러 책들의 내용을 토대로 너희에게 불안해도 괜찮으니 너희의 불안함을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너는 아주 가끔은 가위를 떠올리고는 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희도 이제는 잘 아는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때로는 매우 불안해한다는 것을.


그래, 정말로 괜찮은 것이다. 언제든지 너희의 불안함을 있는 힘껏 끌어안아라.


스스로의 불안함을 끌어안을 것. 남이 떠넘기는 불안감은 버리고, 오로지 나 한 사람 분량의 불안함을 끌어안아라. -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불안감은 끌어안되 남들이 너희에게 떠넘기는 불안감은 함께 끌어안지 말라는 점이다. 너희를 불안하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면 거리를 두도록 하자.


누구나 때때로 불안하고, 언제든 예기치 못하게 불안할 때가 있다. 너희 스스로의 불안함을 너희가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것. 이것이 오늘 너희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불안함'의 법칙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불안해하는 너희를 내가 그 어느 때라도 있는 힘껏 끌어안아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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