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법칙
“내일 영화 보러 갈래?”
누군가 너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 질문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대화의 결과는 대화를 하기 전에 결정된다. 너희는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 대답을 달리 하게 될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곤 한다. 엄마가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엄마가 너희 아빠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낯선 이 남자가 꽤 마음에 들었다. 예의 바르고, 진중해 보였으며, 아는 것도 많았다. 그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나는 그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좋다고 대답할 생각이었다. “우리 이제 커피 마실래요?”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 나의 반응은 달라진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는 호감에 따라 상대의 반응도 달라진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의 호감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상대방을 나의 의도대로 끌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설득의 기술이다.
이러한 설득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실험이 많다. 그중 미러링 효과에 대한 실험이 있다. 이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호감이 있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에는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상대를 집중하여 바라보다 보면 상대의 행동이 마치 내가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해당 부위가 함께 활성화된다. 그러면서 같은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 상대방이 물을 마시면 나 또한 물을 마시게 되거나, 상대방이 팔짱을 끼면 나도 팔짱을 끼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반대로, 나의 행동을 따라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나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가 나에게 주목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을 따라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호감을 느낀다는 것은 심리학자 타냐 차트랜드와 존 바르의 실험에 의해 증명되었다. 자신을 따라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호감도는 15퍼센트 더 높게 나타났다.
나는 이러한 미러링 효과의 이면에는 유사성의 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우리와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나와 더 닮은 사람에게 끌리고, 더 비슷한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외모뿐 아니라 나와 행동이 닮아있다면 그 사람을 나와 닮은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많이 따라하거나 억지스럽게 행동을 모방하는 것은 역효과를 주게 되므로 주의하자. 또한 누군가를 너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대화하기 전부터 대화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너희에게 도움이 될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너희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쉽게 긍정적인 대답을 줄 것이다. 반면 너희에게 반감을 느끼는 사람은 부정적인 답변을 줄 확률이 크다.
다행히 호감을 일으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나와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 또한 옷차림이 깔끔하고 외모가 뛰어나면 좋은 효과를 얻는다. 이를 후광 효과라고 한다. 그 사람 뒤편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효과다.
그 외에 호감을 얻는 특히 좋은 방법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이는 것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들어가는 물리적, 정신적 리소스와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초점은 상대방에 맞추자. 나의 에너지보다도 상대방의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보자.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론부터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라는 것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을 얘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려면 당연히 먼저 상대방에게 관심을 두어야 한다. 상대방이 나에게서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그의 궁금증을 먼저 해소해 주어라. 잘 모르겠다면 눈치 보지 말고 직접 물어보자. “어떤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하고.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전화가 아닌 문자나 메일로 요점을 전달하는 것이다. 다짜고짜 전화부터 먼저 거는 것은 나의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행동이다.
메일을 쓰는 행위에는 언어를 선별하고 정리해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고 문장을 다듬는 등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포함됩니다. 다시 말해, 언어화 코스트에 포함되는 모든 코스트를 전적으로 말하는 이(메일 작성자)가 부담하게 되죠. ‘일단 걸고 보는 전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눈앞의 업무를 중단한 채, 상대방을 위해 ‘언어화’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막대한 코스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일 잘하는 사람의 말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다치 유야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므로 너희 또한 너희의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그리고 명확하게 정리해주어야 한다.
너희의 여러 노력으로 인해 상대방은 결국 너희에게 마음을 열 것이다. 너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너희의 말에 설득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상대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상대방을 늘 배려하여라.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여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이것이 엄마가 오늘 설명하고 싶은 열세 번째 법칙, ‘설득’의 법칙이다.
덧.
앞서 “내일 영화 보러 갈래?“ 하는 질문에 대한 너희의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너희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답은 이미 YES 일 것이다. 그러니 엄마가 물어볼게. 우리 주말에 영화 보러 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