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법칙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 같은 크기의 마음의 땅을 부여받는다."
위 문장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앤 라모트가 쓴 <쓰기의 감각>이라는 책에 나오는 것이다. 나는 이 개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공책 한편에 작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마음의 땅을 어떻게 관리하고 꾸며나갈지는 오직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사람마다 똑같은 크기의 땅이 주어졌다고 할지라도, 누군가는 자신의 땅을 그대로 방치할 것이고, 누군가는 멋진 집을 짓고 마당에 파티를 꾸밀 것이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나무 몇 그루를 심고 그 밑에 의자 하나를 두고 싶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의 땅에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 들어오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을 기준 없이 허용해준다면 결국 마음의 땅은 처참히 짓밟히고 나중엔 생명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나의 가치관에 따라 내 마음의 땅에서 사람들을 내보낼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당신은 정말 마음대로 자유롭게 땅을 활용하게 된다. 과일나무나 꽃들을 심거나, 채소를 알파벳 순서대로 분류해서 심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땅을 놀려도 상관없다.(..) 만약 사람들이 계속 당신의 땅에 침범하여 땅을 망치거나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신에게 시키려고 애쓴다면, 당신은 나가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은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곳은 당신의 땅이니까.”
-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나는 이러한 '마음의 땅'에 더불어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마음의 하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하늘’은 낮에도 캄캄하게 어두울 수도 있고, 기분 좋은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내 마음의 날씨가 내 마음의 하늘을 좌우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의 날씨란, 결국 머릿속의 생각들이다. 너희들이 하는 모든 생각들이 너희들의 마음속 날씨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긍정적인 생각들만 가득 차도록 말이다. 안타깝지만, 생각은 컨트롤할 수 없다.
다행인 것은 '날씨는 하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날씨의 틈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높은 하늘이 보인다. 우리는 그 틈 사이에 집중해야 한다. 먹구름 뒤편의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 즉, 생각들은 내버려두고 나의 진정한 마음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다.
나는 이 진리를 페마 초드론의 책에서 얻었다. 날씨 뒤편의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지금의 '현재성'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든,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먼 곳을 바라본다. 이것은 하루 중 언제라도 할 수 있다. 길을 걷는 중에도, 설거지하는 동안에도, 잠시 멈춘 뒤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하던 일을 잠시 멈출 때, 지금껏 생각에 빠져 있던 관성의 힘이 약해지면서 신선한 눈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트룽파 린포체는 이것을 '현재성(nowness)'라고 불렀다. (..) 이렇게 당신 자신의 참 본성을 살짝 엿볼 수 있으며, 당신은 자신의 참 본성이 무엇인지 감을 잡기 시작한다."
-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80p), 페마 초드론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은 심호흡과 같은 효과를 낸다. 너희가 불안할 때, 분노에 차오를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입었을 때, 속상하고 괴로울 때. 이럴 때에는 심호흡이 꼭 필요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심호흡은 내가 처한 상황에서 잠시나마 떨어져 나와 나를 온전히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먼 곳이나 하늘을 보는 일도 그렇다. 시선만 멀리 옮겨도, 나를 어지럽게 하던 생각들이 잠시 멈춘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온전하게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너희들의 '마음의 하늘'에 비바람이나 태풍이 몰아쳐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날씨는 일시적이니까. 게다가 매일같이 맑은 날씨는 없다.
"구름은 늘 변화무쌍하지만 그 뒤의 하늘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하지만 나의 날씨가 상대방에 의해 원치 않게 변하게 될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때때로 갈등을 벌이기도 하고, 다툼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유 없이 나를 증오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럴 때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너희에게 모욕적인 행동이나 말을 했다고 하자. 그 순간, 너희의 머릿속에는 안개가 가득 낄 것이다. 먹구름이 뭉쳐지고 걷잡을 수 없는 폭우가 쏟아질 것이다. 모든 것을 날려버릴 거대한 폭풍까지 생겨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또다시 날씨가 아닌 하늘을 보는 일이다.
너희의 반듯한 하늘은 너희를 모욕한 상대방 하나 때문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휘몰아치는 폭풍 사이로 작게 보이는 틈이 보인다면, 그 틈을 더 넓혀보아라. 그 사이에 보이는 너희의 하늘은 언제나 평화롭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휘말려서 자신의 폭풍우를 더욱 거세게 만들지 말고, 오히려 나의 평화로운 하늘에 상대방을 끌어당겨야 한다. 무례한 그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네요." 한 마디 정도 던지고 나서 너의 대화를 계속하거나, 자리를 피하면 그만이다. 화를 내거나 반응하지 말자. 반응하는 것은 너희의 폭풍우를 더욱 거대하게 만들 뿐이다.
하늘을 넘어서서 우주적 관점을 갖는 것도 아주 가끔은 도움이 된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듯이 이 상황을 보면, 너무나 무가치하고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이건 또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나누는 국경의 필요성에서 벗어나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우리의 유일한 고향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하게 가꿔나가야 할 책임에 집중하게 된다."
너희의 시선은 가끔씩 먼 곳을 향해야 한다. 날씨 뒤편의 하늘, 하늘 뒤편의 우주까지. 시선을 멀리 두면 시시각각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이나 너희를 힘들게 하는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 엄마가 얘기해주고 싶은 '시선'의 법칙이다. 물론, 이 법칙이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나 또한 아직도 여전히 훈련 중이니까.
시선을 멀리 두고, 너희의 하늘을 바라보기. 이를 통해서 너희가 스스로를 잘 지키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잃거나 무너지지 않고 힘차게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