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뒤에 남겨진 죽음
매미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르면 터질 듯한 통통한 몸통과 새처럼 강한 날갯짓 때문이다. 여섯 발 달린 곤충이 이렇게 두툼해도 되는지 싶고, 이만큼 힘차게 날아다녀도 되는지 싶다.
한 번은 길을 가다가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커다란 매미와 부딪힌 적이 있다. 매미 입장에서는 걸어오는 아파트와 부딪힌 격이었을 테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동통한 벌레 한 마리가 내 입으로 돌진하여 들어올 뻔했기 때문에 길 한복판에서 비명을 지를 만했던 사건이었다.
6살이던 작은 아이도 매미와 부딪힌 적이 있다. 아이는 몸집이 나보다 훨씬 작아서 매미를 더 크고 강하게 느낀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깜짝 놀라 울고는 매미의 감촉을 이렇게 표현했다. “완전 미사일 같았어.” 우리는 매미가 유도탄처럼 우리를 따라오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면서 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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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오래된 나무에는 매년 여름마다 수십 마리의 매미들이 모여 노래를 부른다. 이 많은 매미들이 그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아스팔트에 가려져있는 땅의 존재가 매미 덕분에 와닿는다. 비록 오동통하고, 징그럽고, 언제 날아오를지 몰라서 두렵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삭막한 도시 속에서 매미 덕분에 작은 자연을 만난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관찰만 할 뿐 쉽게 다가가거나 잡지는 못 한다. 엄마가 매미 앞에서 비명 지르던 모습이 쉽게 잊히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끄럽게 울던 매미들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떤 매미들은 나무에서 힘없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 즈음에는 거리에 떨어진 죽은 매미 한 두 마리쯤은 쉽게 관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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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처럼 강력하게 날아다니던 매미는 여름이 지나는 시점에 다같이 죽는다. 죽어가는 매미들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나는 한 뼘씩 자라난다. 아이들은 매년 한 뼘씩 성장하는데, 매미들은 매년 같은 자리에 나타났다가 또 죽을 뿐이다.
자연은 성장하지 않는다. 사실 성장할 필요가 없다. 자연은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삶도, 죽음도 그대로다. 여름마다 수많은 매미가 죽고, 다시 태어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이상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6월이 다 지났는데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걱정이 된다. 가을이 다 왔는데 매미가 여전히 활개를 친다면 그 또한 걱정이 될 것 같다. 탄생과 죽음은 늘 그대로 반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까 봐.
반복되는 시간 속에 너무나 당연한 죽음들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죽음들을 슬프게 지켜보고, 때로는 무심하게 지나간다. 당연한 죽음들 위에 서서 우리의 삶을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