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세우기’의 법칙
기억이 날지 모르겠지만, 너희 중 하나는 전에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같은 반 아이 하나가 네가 듣는 앞에서 "난 쟤 싫어. 별로야."라고 말한 일이었다. 그 아이와 너는 얘기도 잘 나눠본 적 없는 어색한 사이였고, 따라서 둘 사이에는 갈등이라고 할 만한 일도 없었다. 그 아이는 ‘그냥’ 너를 싫어한 것처럼 느껴졌다. 너는 그 일이 많이 속상했던지 나에게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학년이 바뀌고서야 그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연히 마음이 좋지 않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냥’ 나를 싫어하는 거라면 더욱 그렇다. 마음이 좋지 않은 이유는 상대방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거절당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나를 싫어하지?' 하는 의문을 갖다가, '내 존재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엔 다른 사람의 평가가 곧 나의 문제로 되어버린다.
나 또한 어렸을 때, 나를 싫어하는 무리를 만난 적이 있었다. 무리 중 하나는 내가 지나갈 때마다 나를 노려보았고,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들 곁을 지날 때마다 눈치를 보며 몸을 잔뜩 웅크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외에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로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너희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때때로 누군가는 너희를 이유 없이 미워하고,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를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너희를 미워하고, 싫어해도 괜찮다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너희를 싫어하는 상대방의 평가는 상대의 문제이지, 너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의 평가'는 상대의 문제입니다. 상대에게는 각자의 성격, 각자가 놓인 상황, 지금까지의 경험 등 당사자밖에 모르는 사정이 수두룩하고 그 결과로 그 사람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합니다. 그런데 타인에게 평가될 때 우리는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고치려고 하지요. 원래 상대의 문제이지만 마치 자신의 문제인 양 착각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경계선의 문제입니다.
- 미즈시마 히로코,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상대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착각하는 경계선의 문제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상대는 상대의 성격, 관계, 상황, 어려움, 상처 등 자신의 사정에 따라 너희를 판단하고, 때로는 싫어하기도 한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의 사정에 따른 어떤 이유에 의해 싫어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의 사정을 결코 세세하게 알 수 없다. 혹시 우연히 알게 되더라도 우리가 그의 사정과 관련하여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없다.
그러니 상대가 나쁘게 평가한다고 해서 너희들이 스스로 잘못한 것이 있다고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실제로 잘못한 것이 있다면 용감하게 사과하고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상대의 평가가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면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니 엄마에게 얘기해주어야 한다.
아쉽게도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또 아쉽지만, 너희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이러한 세상에 익숙해지는 것이 너희에게 더 도움이 된다.
매사에 불평하거나 비난만 하는 사람을 멀리 할 것.
하지만 타인의 결점에도 익숙해지는 것도 재주다.
- <사람을 얻는 지혜>
다른 사람의 결점에 익숙해지되, 너희를 평가하는 그들을 너희의 인생 중심으로 가져오지 말자. 너희에게 중요하지 않은 인물은 너희의 인생 바깥으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 이때에 중요한 것은 너희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며, 나에겐 당신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경계가 있다’는 것을 말로, 또 행동으로 표현하자.
다음의 방법들은 경계선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다.
첫 번째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이 나를 안 좋게 평가한 일을 없었던 일로 두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나를 안 좋게 평가했지만, 나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라는 말이다.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당연히 안다. 그러니 더욱 연습을 해야 한다.
누군가 너희에게 "난 너 싫어."하고 말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아, 그래? 오케이." 하며 넘기려고 노력해 보아라. 그의 평가와 너희 자신을 분리하자. 너희는 너희에게 더 중요한 일에 초점을 두면 된다. 어깨를 으쓱하거나 눈썹을 치켜드는 비언어적 표현과 함께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널 위해서 나의 본모습을 바꾸진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길 바란다. 실제로 그들의 어떤 평가 때문에 너희의 본모습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늘 생각해 주어라.
두 번째는 좀 더 적극적인 경계선 세우기 방법이다. 너희의 감정을 적당히 표현하거나 질문을 하는 것이다. "네가 나를 싫어하다니 마음이 좀 아프네."라고 하거나,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니?"하고 질문해 보자. "너는 나 말고도 사람들한테 원래 그런 말을 자주 해?" 하는 질문도 좋다. 우호적인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너희는 말과 행동을 통해 경계선을 세우고, 자신을 보호한 것이다.
이 두 번째 방법을 더 성숙하게 실천하는 것으로는 유머로 넘기는 방법이 있다. 누군가 너희에게 안 좋은 평가를 했을 때, "어, 나 원래 그러는뒈?" 하며 능청스럽게 넘겨보는 것이다. "혹시 저한테 하시는 말씀인가요?"하고 안 들리는 척을 해도 된다. 너희들은 사실 어렸을 때 이 유머로 넘기는 방법을 잘 활용했다. 가끔씩 서로 다투거나 투닥투닥 싸울 때면 둘 중 한 명이 뜬금없이 "깍두기!"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하며 싸움을 웃음으로 끝나게 한 것이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유머로 넘기는 너희의 모습에 어른인 나는 오히려 많이 배웠다.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방법을 활용할 때에는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억지스러운 유머는 안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유머로 넘길 수 있다면 시도해 보고, 그것이 어렵다면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너희를 지켜야 한다.
세 번째는 너희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을 상상하는 방법이다. 너희의 몸을 둘러싼 보호막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좋아하는 색깔로 상상하면 더욱 좋다.
너희의 보호막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 존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여기에 너희 스스로 너희를 지켜내는 힘이 더해졌다. 보이지 않는 그 보호막은 실제로 너희를 지키는 역할을 해낼 것이다. 아무도 너희를 함부로 하거나, 이유 없이 공격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관계를 맺으면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에 무너지지 않고 좀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다니 그건 좀 안타깝네. 하지만 별 타격은 없어.(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고, 나에겐 보호막도 있거든.)’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이 경계선 세우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나를 지키는 경계선과 보호막을 만들어라. 경계선을 둔 채로 적절하게 너희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에게 쉽사리 휘둘리지 말거라. 너희를 자꾸만 평가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너희의 인생에서 밀어내고, 너희를 행복하게 하는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여라.
경계선 세우기의 법칙. 이것이 엄마가 너희에게 전하고 싶은 첫 번째 인간관계의 법칙이다.
(사진 출처 : copyright.Ben Hershey, from.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