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앞두고 벚꽃을 기대했는데,
왠 걸 밖에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눈이 내리고 있다.
교보문고를 한 바퀴 돌고 집에 가려다
서점 안 카페에 주저앉아 글을 쓰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인데,
폰으로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키보드가 눌리는 느낌을 즐기며
글을 쓰는 느낌이 참 좋다.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한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랄까.
어릴 때부터 서점에 가는 일은
늘 소풍만큼 설레는 일이었는데
최근 이사 온 동네에 이렇게 큰 서점이 있다니,
서점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책 냄새인지, 방향제 인지 모를 강남 교보의
향기가 참 좋다.
챽을 살려고 서점에 온 게 아닌데도
들어와서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집에 갈 때 들고 갈 책을 골랐다.
요즘 이 분야에 관심이 스멀스멀 들어서
아니
어쩌면 문 열고 들어와서
가장 앞에 디피된 책이라서 집었을지도 모르겠다.
^^
오늘 서점 마실을 온 이유는
곧 나의 첫 책이 출간되기 때문이다.
조금은 딜레이 이슈가 있지만
빠르면 다음 주 주말, 늦어도 그다음 주에는
그 녀석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의 이름은
[우리 집은 어디에] 다.
사실 이 책은 태생부터가 조금 독특하다.
나도 이 친구를 어느 분야로 소개할지 몰라서
원고 투고할 때 그 이야기를 썼다.
이 책이 어느 분야인지 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함이 될 글이라 믿는다고 ᆢ^^
봄, 정확히 4월에 이 책이 나오길
고대했던 나는 원고 투고 한 당일 연락을 주신
곳과 바로 다음날부터 출판과정에 돌입했다.
참 우스운 일이,
보통 회사에서 원고 마감 언제 되냐고
저자를 재촉하기 마련인데,
나는 담당자를 시간적으로 몰아가며 3월을 보냈다.
글만 툭 써놓고 출간 과정에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사람이 달달 볶아서
귀찮으셨을 담당자에게 사죄의 마음으로
나중에 커피 한잔 사드려야겠다.
그렇게 이 원고 아니 이 책
[우리 집은 어디에]는 어느 분야에 놓일지
정해졌다,
사실 나의 첫 책이
멋진 에세이 이길 바랬으나,
담당자 왈
"OO스님 이런 분들이 주름잡고 계십니다."
음 그럼, 자기 계발서?
"아 그런데, 이 책을 주로 어떤 분들
읽으실 것 같으세요?"
라는 담당자의 질문은 그다음 답으로 이어졌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 이 책은 여태까지 부동산 서적들과
결이 많이 다르지만,
아마 그 어딘가엔가 껴있을 것 같다.
오늘 서점에 와서 보니,
많은 젊은 커플들이 서점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 와중엔 책을 같이 고르며,
결혼 후 재테크나 직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도 있었다.
주말에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책을 찾아온다는 것에 오늘 실로 놀랐다.
집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을 보며
[우리 집은 어디에]를 부끄럽지만
셀프 추천하고 싶었는데,
아. 아직 안 나왔지 ^^;;;
4월 12일 정도 예상하신다던데,
솔직히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이번 주에 작업된 표지를 보면
이제 진짜 실감이 날지 모르겠다.
계약을 위해 홍대를 향했던 날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읽지도 않고
나에게 원고 투고 당일 날 전화를 했다던
담당자를 만나 나는 물었다,
"아, 출간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한데,
안 팔리면 어쩌나요?"
안 팔리면 같이 재밌다고 동의 한
직원들을 쪼면 된다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래도 내가 홍보? 아니
선택해 주신 회사에 민폐가 안되기 위해
뭘 해야 되나 고민하던 차에
같은 출판사에서 지난달에 발간한 책이
이달의 책에 선정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늘 서점에는 사실 그 책을 읽어보러
온 것이었다.
너무 두꺼워서
다 읽지는 못했지만 ^^;
새삼 생각했다.
좋은 글은 되는구나 하고 말이다.
[우리 집은 어디에]
아, 이제
'요즘 애들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 [우리 집은 어디에]'
라고 불러줘야 한다. 부제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투고할 때 썼던,
'멈출 수 없는 고민, 피할 수 없는 숙제 [우리 집은 어디에]'
내 동생도 무슨 전공서적 쓰냐고
타박했는데 회사에서도 간택받지 못했다. ^^
괜찮다. 본문에 한 번은 등장하니까.
아,
이제 예비 작가 행세 그만하고,
집에 복귀해야겠다.
미열이 있던 막내가 38.9 도라고 톡이 왔다.
아이코, 이번 주 이 녀석 독감 치레하고 나면
꽃도 펴 있고 책도 나와 있겠지.
그래.
그렇게 4월에 만나자.
[우리 집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