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임대주택 컨설팅을 해주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나도 한 번 오래전에 그런 세미나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본 적도 있다.
뭐 가족 외식비 한 번 값이니 그리 큰돈 아닐 수 있지만,
'집'에 대해 절박한 당시 나 같은 사람의 갈급함을 채우기엔 뭔가 아쉬웠다.
1:1 컨설팅을 받으려면 30만 원이라는 단체 메일이 온 적도 있었는데,
참 씁쓸했다. 진짜 절박하면 30만 원 내고 뭔가 정보를 얻고 싶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돈을 버는 방법도 하나의 비지니 스니까 존중하지만,
진짜 집이 절박한 사람들은 그 돈을 낼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종종 혹자는 내게 그런 컨설팅을 하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난 임대주택을 이용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알기에, 그것을 환산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책으로 나오게 되는 [우리 집은 어디에]는 정말
누군가에게 유익함 아니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 엮인 측면이 크다.
만 오천 원, 한 끼 식사와 커피 값 정도면
아마 30만 원짜리 컨설팅에서 얻은 것보다 더 실질적인
유익을 얻을 것이고,
무엇보다 마음에 용기를 얻을 것이라 나는 확신하고
이 책을 몰아붙였다.
사실 이 책에는 다른 분들의 사례에 대해서 많이 싣지는 못했다.
나는 [우리 집은 어디에]를 1부 2부로 계획했는데,
한 권에 앞부분은 나의 경험을 토대로 2부는 내가 도왔던 분들의 사례를 싣고 싶었는데,
이미 1부 내용만으로 그 원고만으로 책은 300페이지가 넘었다.
또한 다른 분들의 사례를 다 담지 못했던 것은 현재 진행형인
케이스들이 많았기 때문도 있다.
가끔은 블로그에 쪽지나 댓글로 문의를 주시거나 하는 익명의 분들도 계셨지만,
주로, 내 주변에 이 제도가 필요한 분들의 삶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그 가정의 결정을 응원해 왔다.
임대주택을 이용하겠다 신청하겠다 결심하는 순간부터 실제 입주까지는
몇 년이 소요될지도 모르는 과정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야기는 이미 5년이
넘는 시간 이 안건을 추진해왔던 가정이다.
처음 그 가정의 상황을 들었을 때는 무늬만 유주택자였고, 지방에 있는
그 집에 들어가서 살 수도 팔아도 돈이 되는 상황이 아닌 상태였다. 물론, 그런 세팅은
그분들의 부모님에 의해 결정된 터였다.
그래서 본인들은 서울의 다세대 주택에 사셨지만,
주거복지 혜택에 해당이 안 되는 상태였다.
그때 집 명의를 정리하시고 어서 청약에 가입하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몇 년 전 그분의 다세대 주택 집에 떡볶이를 사들고 가서
그 첫 째 아이와 놀아주며 이야기했던 것이 엊그제 갔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사실 그분이 거주하시는 자치구가 영등포구였기 때문에,
국민임대가 그 가정에 가장 잘 맞는 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1순위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재개발 임대, LH 전세임대 등 제도 등 몇 번씩 소개하고 지금은 LH 전세임대(전세보증금을 저리로 빌려 쓰는 제도)를 이용하고 계셨다.
사실, 그 자치구를 벗어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있으셔서 더 빠르게 추진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이제 그 가정은 아이가 둘이 되었고, 첫째는 내년에 학교를 간다.
그러므로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셨는지,
작년에 적극적으로 다시 한번 물어오셨다.
사실 무주택 기간도 짧은 평범한 4인 가족이기에 임대주택에서
높은 점수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명백했다.
그래도 작년에 구로구 항동 공고에서 한 지구에 여러 단지가 같이 공급되었기에
나는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동 국민임대 59형(방 3개 24평)에서 확실한 당첨을 받고 싶으면 8단지를
당첨이 간당간당하지만 학교를 고려한다면 4단지를 쓰자고 했다.
결국 4단지를 선택하셨고, 서류 컷을 보니, 당첨이 가능하실 것 같았다.
휴, 발표 날 "되셨지요?"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아니요"라고 와서 나는 검색에 들어갔다. 명단에 있었다.
그분은 SH 홈페이지 분양 당첨자 조회에 들어가서 눌러보신 거였단다.
하하하, 그리하여 큰 긴장감 없이 당첨이 되셨다.
이사를 진짜 가야 되나 고민을 하시길래,
"일단 한 번 가서 당첨된 집을 보세요"라고 했더니, 보시고 와서는
가신다고 연락 왔다. 휴. 나는 한 마디 덧붙였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거예요."
사실, 나는 더 이상 우리 가족이 임대주택 분야에 해당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임대주택 공부를 나름 놓지 않고 계속 해왔던 것이 이 가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도 있다.
5년 전에 이 가정을 처음 돕게 되면서,
이 가정이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을 볼 때 까지는
책임까지는 아니어도 동행해야 된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새 아파트에 입주하실 것이고,
아이들도 놀이터에서 상주하며 행복해하겠지.. : )
그 가정의 기쁨에
숟가락 얹고 같이 기뻐하는 것 정도는
나에게 허락되겠지.
임대주택은 주택 고민의 완전한 해답이 아니다.
내 집 마련에 공식절차 같은 것도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당장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고
내일을 꿈꿔 볼 언덕이 된다.
이렇게
한 가정을 응원해왔다.
[우리 집은 어디에] 책을 통해
더 많은 가정에게 온기가 전달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