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라고 말하기엔 이상하고
출판사라고 하기엔 정감 없고
여하튼 내 원고를 선뜻 집어주신 감사한 그분들ᆢ
사실,
그 ᆢ편집위원이라고 소개하신 (영어로 에디터?)
내 담당자님을 계약 날 딱 한번 본 것 말고는
ᆢ아직 사장님도 뵌 적이 없어서
한편으로는 송구할 따름이다.
(잘돼서 즐거운 마음으로 뵙고 싶은데 ᆢ ㅎ)
나는 글이 책이 된다는 것을 실감한
이후로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책은
글이 재료일 뿐 수많은 요소가 들어가서
책이 된다.
그러므로 책이라는 접점으로
당분간은 회사와 나는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
원고를 넘기고 2주쯤 지난 3월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난 전화가 두렵다. 그날도 그랬다.
홍보 채널 잡는데, 일정이 딜레이 된단다.
그리고 교정하면서 저자의 느낌을 잃었다고
다시 봐야 할 것 같다고 ᆢ
아 그렇군요. 전 괜찮아요.
이직한 회사 적응에 지쳐가며
자신감도 잃어가던 때였다.
에디터님은 그런 나와의
전화를 끊으며 폭탄을 투척하셨다.
"이왕 내는 거 베스트셀러 함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화를 끈고, 한동안 ᆢ
할 말을 잃었다.
ᆢ
이 분들은 나보다
더 확신을 가지고 이 책을 만들어주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자
진짜 정신이 팍 돌아왔다.
저분들에게는
한 사업장의 한 해 매출을 가를
대대적인 일인데 ᆢ
아직 수익이 보장되지도
않는 일에
확신? 감? 촉 만 가지고
이렇게 돈을 써가며 제작을 하시고 있는데 ᆢ
내 개인의 일생의 한 과정에서
글이 책이 됐어
잘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의미 있어라고
치부하는 건 ᆢ작가로서 자질 부족이자
동업자로서 직무유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 난 원고를 킨코스에 가서
에이포로 다 뽑았다.
350페이지의 순서를 흔들고 문장을
다듬고 소제목을 다시 붙였다.
진짜 그때
원고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큼
그 전 후로 원고의 퀄리티가 달라졌다.
지금 함께하는 출판사 외에도
연락 온 곳이 있었지만,
이 분들과 작업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작업물이 곧 등장한다.
사실, 난 늘 자신감이 없이
뒤로 빠져있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착한 척 ᆢ 그 자체 었다.
그게 당연히 내 자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네가 날 어찌 보든지 라며
예외적으로 미친 척
스스로를 믿고 나대었던 기회들에서는
내가 얻을 수 없는 결과들을 얻었다.
사실, 지금
그게 한번 더 필요한 순간이다.
어제 30 명 앞에서
내 책을 소개하라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사전 예고 없이 급작스러웠던 것이라
준비를 안 한 것도 있었지만 ᆢ
꼭 사서 보시라는 뜻은 아니고요
라며 작가라서 제일 안 멋진 말을 하고 말았다.
이 바보!
진짜 재밌고 감동적이고 유익하며
독자의 삶을 바꿀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라고 왜 말을 못 해 ㅎ이 바보 ㅎ
착한 척 그만하고 겸손한 척 그만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이 책의 탄생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은
자신감은
아니 근자감은
이왕 책을 내는 김에 갖춰야 할 것 같다.
그냥 누가 읽어주면
감사하고요
정도의 마음으로는
충분치 않은, 미침이 필요하다.
으랏차차.
에디터님 출간 전에
한 번 더 전화 좀 주세요. ^-^
정신 콱 붙드세요
저자님!! 하고 말이에요.!!!
(아 어느샌가부터
저자라고 안 부르시고
작가라고 부르시는데
손발이 ᆢ아직 ᆢ
오그라든다
이건 언제 적응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