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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그 아래 아파트를 좋아하다.

by 스테이시

사실 [우리 집은 어디에] 책에 각 챕터마다 넣을 사진까지 정해서 최종 원고를 넘겼었다.

그 사진은 내가 그 글을 쓰면서 또 이사를 다니면서 찍은 그래서

글보다 더 진실성이 묻어날지도 모르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 봤자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것이지만^^)


안 그래도 너무 긴 원고에 사진까지 들어가니 더 길어지는 것도 있고,

젊은 이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을만한 가격으로 낮추려고 노력하신 면도 있어서

도표와 일러스트를 6장을 넣은 것으로 일단락되어 책이 나왔다.


책이 예쁘게 나왔지만 그래도 1퍼센트 욕심은 4도 인쇄라고 하나, 올 컬러로 프린트를

할 수 있었다면 사진을 넣어서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쓴 글이

음미하는 pause page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사진을 넣은 티저 '작가가 사랑한 한 마디'를 다섯 편으로 구성해서

혼자 만들어 본 것이다.

뭐야, 그냥 네모난 아파트 사진이잖아 라고 읽힐지도 모르지만

정확히 말하면

난 아파트만 찍지 않는다. 대부분 하늘 그리고 아파트를 찍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늘 아래 아파트를 찍는다.

그것은 나의 아름다운 피사체이다.

혹자는 자연이 최고의 피사체라고 할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누구에게나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피사체가 돼주는 하늘과

아래,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마음을 놓고 다니는 아파트가 참 좋다.

그렇다. 나는 아파트 키즈다.

태어나서부터 아파트에서만 쭉 살아온 그 세대이다.


아파트라는 단어가 누구에게는 산업화의 찌꺼기,

공장화 된 제품, 공동생활의 고충, 욕망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아파트가 좋다.

하늘 아래 아파트

화려함보다, 욕망보다,

하늘 아래 겸손해야 할 우리를 깨우는 사진으로 읽혔으면 좋겠다.


니콘 F 301, 학부 때 들고 다니 던 필름 카메라가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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