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조기입학 신청 시즌, 10월

by 스테이시



막내의 어린이 집 등원 길은 항상 경쾌하다. 잦은 이사로 6살인 지금 다니는 곳이 7번째 교육기관이지만, 감사히 그때마다 거부 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삶이 바뀌는 것을 즐겨준 고마운 친구이다. 물론 안정감을 중요시 여기는 분들은 0살부터 입학 전까지 7년을 한 곳에 두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이 성격에 따라 부모가 열어줘야 하는 기회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7번째 교육기관은 대한민국 어린이집의 꽃 '하나푸르니'이다.


물론 교육기관의 선택은 폭이 너무 넓고 가치관이 다양히 존재하여 뭐가 제일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직장어린이집이 가장 각광을 받는 편이다. 직장어린이집은 말 그대로 그 직장을 보내는 사람들만 보통 가능하지만, 하나금융재단의 하나푸르니 같은 경우는 몇 퍼센트를 직원 자녀에게 먼저 할당하고 나머지 자리를 지역주민에게 선사하고 있다. 즉, 직원 자녀가 아니라면 세 자녀 맞벌이 정도는 돼야 길이 열리는 편이다. 실제 아침에 등원 현장을 지켜보면 학부모님들께서 가방을 몇 개씩 어깨에 메고 오신다.


사실 동네에서 하나푸르니 건물 앞을 지나갈 때마다 군침을 흘렸지만, 우리 막내는 저 멀리 대기자 신분이었다. 웬만한 단설 유치원 단독 건물 만한 풍채를 자랑하는 멋진 어린이집은 그렇게 나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며, 막내를 병설 유치원으로 진학을 시켰었다. 사실 병설 유치원 종일반도 추첨으로 당첨된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기입학도 염두했었기에 빨리 학교의 분위기를 배워가는 마음도 컸다.


즉, 이미 5살부터 조기 입학을 고려했었다는 말이 되겠다. 아이는 엄청 큰 학교 운동장과 학교 교실을 개조해서 만든 교실 또한 좋아했다. 워낙 긍정적인 친구라 "엄마, 그런데 예전에 다녔던 어린이집보다 교실이 작긴 하지만 재미있어." 라던 녀석은 하루하루 잘 적응해갔다. 이따금씩 "엄마, 내가 크면 이 학교에 다니는 거야?"라고 묻긴 했지만, 나로서는 뾰족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아마?"였다.


사실 조기입학을 기정 사실화했던 것은 아니고, 병설에 적응하는 추이를 살피며 나름 나의 플랜에 확신을 더해가고 싶었다. 그런데 늘 마음 한편에 걸리는 것은 학습도 교우관계도 아니었다. 엄청 뛰어나지는 않아도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에게 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던 이 녀석의 약점은 바로 덩치가 작은 편이라는 것이었다. 워낙 작게 2.5kg으로 태어난 것도 있지만, 젓가락 커플로 불리던 나와 남편의 DNA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것 치고는 키가 생각보다 작았다. 그 나이에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던 첬째를 생각하면서 녀석도 자라겠지 했지만 늘 아가 같아 보이는 막내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이었다. 남편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난 전화를 받기 힘든 직종이라 거의 문자로만 이야기하는데 전화를 했다는 것은 급한 회신이 필요하다는 의미. "여보세요, 무슨 일예요?" "하나푸르니에서 자리가 났다고 오라는데?" 그 순간, 얼음이 되었다. 당연히 가야 된다는 마음의 소리와 조기 입학에 대한 스텝으로서의 병설이라는 머리의 소리가 대전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잠깐 끊어봐"라고 하고, 결정의 심해로 다이빙을 하려던 찰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누나가 초등학생이라고 하니까 다자녀(영유아 2명 이상) 점수 인정 안돼서 점수가 내려간대. 점수 바뀌면 대기 94번이라고 안된다네."


상황은 이러했다. 입학하기로 했던 친구 중에 2명이 3월에 취소를 하는 바람에 적응기간 등이 다 끝나고 5월이 돼서야 대기자 연락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이미 학기가 시작했기 때문에 앞에서 많이들 내년에 오겠다고 연기를 하셨단다. 그래서 45번이던 우리한테 까지 연락이 왔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되찾은 우리의 현실은 94번. 뭔가, 이 사건을 겪고 나자 조기입학에 대한 플랜보다 가장 좋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불이 붙었다.


세 자녀 점수는 위의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돼도 계속 세 자녀로 인정을 해주는데 두 자녀들은 영유아 일 때만 인정을 해준다. 그래서 둘째 엄마들은 첫째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둘째들은 더 큰 어린이집으로 옮겨놓아햐 한다는 조급함이 있다. 우리 가족이야 이제 이런 난제 들을 다 지나왔지만, 아이가 몇 살이던 간데 미성년 두 자녀를 인정해주는 제도로 개선돼야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첫째가 5학년이고 둘째가 5살이라고 해서, 7살 그리고 5살이 있는 두 자녀 가정보다 키우기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째 스케줄에 맞추다 보면 둘째가 오래 어린이집에 머물 필요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의 대기번호는 94번으로 정정되었고, 그때 이틀 걸러 한 번씩 전화를 해 댔다. 내 앞에 50명이 포기하거나 연기를 해야 내 차례라는데, 그 말을 듣고 포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도가 나왔다. 그렇게 2주째 되던 날 전화를 받은 담당 선생님께서는 "어머니, 어떤 아이가 오기로 했는데 아직 서류를 안 내셨어요. 혹시 이 아이가 포기하면 다음 우리 OO이 차례예요."라는 소식을 들려주셨다. 내가 계속 전화를 하고 꼭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도 우리 아이 이름을 외우고 마음의 응원을 해주시고 계셨다. 몇 분 뒤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 경축, 하나푸르니 입소"! 대표번호로 되어있는 아빠에게 전화가 간 것이었다.


그 감격의 순간은 비유하자면 올림픽 금메달을 딴 기분이었다. 그렇게 병설유치원을 정리하며, 조기입학에 대한 그림도 접히는 듯했다. 아이는 마치 원래 이 원에 다녔던 것처럼 좋아했고, "엄마 병설보다 교실이 커서 좋아." 라며 나의 마음 졸임과 고생을 녹아내리게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행복한 등원 길, 그 뒷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엄마들은 안다. 아이가 나에게 뒷모습을 보인다는 것의 의미를.


그렇게 다가오는 10월, 이 가을의 모퉁이에서 난 또다시 접어두었던 머리의 계획을 아니 욕심을 조심스레 열어보고 있다. 곧 초등학교 조기입학 신청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금 엄마가 된 우리 세대는 빠른으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많았다. 1월생인 나도 그러했다. 7살에 들어가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키가 너무 작았다는 것이랄까. 덩치가 작은 탓에 늘 의기소침했고 뭔가 자신감 있게 덤벼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늘 키순으로 1.2.3번 안에 들던 나는 중학교 3학년 농구라는 신세계를 만나며 167cm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키가 조금은 큰 편이 되고 나서야 나는 뭔가에 도전하는 태도를 갖출 수 있었던 흑역사가 존재했다.


그걸 겪었으면서도 막내에게 조기입학을 권유 혹은 강요해보려고 했던 합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이유는 많은 가정의 고민은 아니지만 분양받은 아파트가 내년 여름에 입주하기 때문에 혹시 그때 이사를 간다면 아이가 7살 여름이다. 처음에 생각했을 때는 그때 새로운 동네에 가서 새 교육기관을 찾아 보낸다는 것은 오,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그러니 차라리 초등학교에 먼저 보내서 초등으로 전학 가면 교육기관 고민을 안 하지 않을까 였다. 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때 겨울에 입주하는 아파트를 신청해야지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당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첫 째아이는 국립초등학교 교대부초 추첨에서 장렬하게 광탈했는데, 둘 째는 혹시 6살에 신청해보고 안되면 조기입학을 다시 유예해서 7살에 다시 신청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나름의 합법적 꼼수였다. 특정 사립초를 염두에 두신 분들도 이러한 선택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학비가 무료인 교대부초의 추첨 경쟁률은 40:1이다. 올해나 내년에나 신청해서 될 확률은 계산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초등학교라는 로망은 품어볼 만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학 가기 싫어하는 첫째를 위해 둘째도 같은 초등학교에 넣고 이사를 한 뒤 셔틀을 하면 어떨까도 고민을 해본 것이다. 참 쉬운 선택지가 하나 없다. 둘째와 달리 환경이 바뀌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 첫 째의 상황도 고려를 하다 보니, 사실 둘째의 선택지들은 둘째만을 위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 가끔 둘째가 "왜 누나만"이라고 눈물을 보이면, 그 속상함이 너무 깊이 공감이 된다.


이밖에도 많은 분들이 초등학교 조기입학을 생각하시는 이유는 1년을 벌 수 있어서 라는 지점일 것이고, 이 따끔씩은 또래들과 같이 가기엔 무리인 학습적으로 뛰어난 아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이제 10월 조기입학 신청 시즌이 다가온다. 교육을 논하는 카페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 "조기입학 어떨까요?" "사립초 조기 입학 괜찮은 가요?" 등의 질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요즘은 조기입학이 유행이 아닌 시기라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인 내 친한 친구도 "비추"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육의 결정은 자기 아이를 잘 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 주변에 조기입학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격려해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단순히 엄마의 욕심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정말 수많은 고민을 밤새 하신 결과이고, 그 결과가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든 엄마가 감당하려고 큰 결정을 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에게 "조기 입학 별로래"라고 할 필요 뭐가 있겠는가. 아이 이름을 넣어서 " OO는 어디서든 잘할 거예요."라고 응원해주면 어떨까. 그 선택을 하는 분들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불안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아닌 아이들은 강하다.


나도 그런 응원을 받아보고 싶으나, 아무래도 우리 막내의 행복한 등원 길을 빼앗을 권리가 나에게는 없는 것 같다. 또래와 있어도 크지 않은 그 녀석의 키를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 수만 가지 고민과 길, 그리고 이유 중에 나의 결론을 돕는 게 이 녀석의 덩치라는 게 조금 우습게 느껴지지만, 그 녀석의 키가 자라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도 그 녀석이 나름 평범한 속도로 크고 싶다고 말하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렇게 마음을 정리해 가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조기입학 신청기간이 10월부터 12월 말까지로 너무 긴 것 같다는 투정을 덧붙여 본다. 엄마들의 고민이 너무 길어 괴롭지 않도록 취학통지서 신청처럼 한 2주만 하는 것 어떨까 생각해 본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