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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할까 투잡을 할까

by 스테이시

Inner Peace, 이너 피스


쿵푸팬더의 유명한 명대사이다. 쿵푸팬더가 이 말을 했을 때 그의 앞에서는 먹을 것이 놓여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딱 그렇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런 것 같다.


2년이 다 되어간다. 얼떨결에 분양에 당첨이 되었다. 대학가에 있는 초소형 아파트였다. 그 아파트 37형이 부적격으로 줍줍이 2개가 나오자 주택임대사업자 물건을 하면 딱이라며, 17466명이 신청했던 바로 그곳이다. 사실 그 이야기가 들어간 책도 내긴 했지만, 아파트 당첨이 되었다는 것이 '우리 집'에 대한 고민의 끝이 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신청할 때 마음은 들어가서 살려고 한 건데, 아이들이 이미 다니고 있는 학교, 내가 새로 자리 잡은 직장, 계속 바뀌는 부동산 그리고 세금 제도 등 까지 고려해서 매번 계획을 세우다 보니 사실 어제 까지도 나는 몇 달 뒤에 어디 살고 있을 것인지 스스로에게도 답을 줄 수 없었다.


시나리오는 열개도 넘게 있었다. 바로 어제 까지 말이다.


사실 재테크라는 것을 논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돈에 대해 경제에 대해 무지한 채, 분양에 당첨이 된 것이었고 오히려 그 뒤에 이 상황들을 대처해 나기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해가야만 했다. 경제에 대한 개념을 배워가는 동시에 새로 시작한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뭐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때로는 이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는 성실한 마음으로 퍼포먼스를 내기도 했고 당시 상황보다 좋은 오퍼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더 높은 급여를 제시받을 때마다, 이 업계 평균적으로 보면 높았겠지만 여전히 낮은 급여로 느껴지는 건 내 주변에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일까.


얼마 전 카카오 뱅크에서 직장인 마이너스 대출이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눌러서 빈칸을 채워나가 보았다. 모든 금융거래는 남편 이름으로 했기 때문에 나는 내 이름의 대출을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거의 마지막 단계에 가자 연봉 입력이 나왔다. 그런데 그 아래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연봉 3000만 원부터 입력이 가능합니다.


순간 얼음이 되었다. 웃프다는 게 이런 걸 것이다. 그럼 이 업계에 발 담은 거의 모든 사람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이네. 참, 내가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회의감도 살짝 들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내년에는 그 이상의 연봉을 창! 조! 해 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그냥 돈이 벌리는 일을 중요하면, 이런 노동 집약적 산업이 아닌 전업 투자자를 하는 게 확실히 날 것이다. 그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말이다. 그런데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어떤 분야에 종사해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공존하다. 지금 일하는 분야에서 승진을 매년 한 들 내가 경영자가 되지 않는 한 연봉의 끝은 제한 적일 것이다. 그러니, 승진을 하려는 노력은 내 실질 자산을 높이는데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래서 투자를 할까 투잡을 할까라는 고민하고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렸을 때 생각처럼 전업 투자자가 나쁜 사람이라고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에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있고 돈이 흘러 다니는 길목 어딘가에 우리는 모두 서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직접 투자적인 제스처를 시작해 보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공공분양에 대해 묻던 친구의 질문은 이러했다.


"너는 집을 투자적 관점으로 산거야?"

"투자적 관점은 2 주택부터라고 생각해."


그렇다. 2 주택이 되는 것부터는 부동산이 상향할 것이라는 미래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예전 살던 동네 근처에 분양을 한 것이 있었고 그 물건도 부적격 미계약분이 나와서 줍줍을 했었다. 37570명이 신청한 줍줍에 내가 숫자 1을 보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집도 초소형이니까 초소형 집들을 수집해서 주택임대사업자가라는 직업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당연히 당첨이 되지 않았고, 저 숫자에 당첨이 됐으면 더 이상했을 것이다. 6개월이 지나 전매제한이 풀리는 날이 오늘이다. 그래서 혹시나 초소형을 사볼까라는 고민을 했고, 상황을 알아보자 해서 어제 반차를 쓴 남편을 회사에서 픽업했다.


남편이 물었다. "어디로 갈까?"


그 질문은 마치 쿵푸팬더가 앞에 있는 만두를 보고 먹을까 말까 하는 그 느낌으로 들렸다. 분양권을 사는 방법이 내가 사회에서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수고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똑똑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솔직한 것이었다. 순간, 분양권을 얘기하던 지역이 아닌 우리가 분양받은 동네 부동산부터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여의도에서 시내로 직진을 했다. 10분 뒤 도착했다. 어릴 때 부동산이라 하면 사납고, 드센 사람들이 있는 이미지였고 그래서 사실 어제도 망설여졌다. 젠틀하지 않은 상대를 만나면 마음이 상할까 두렵기도 했다.


감사히 젠틀하신 젊은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30분이 넘는 이야기 끝에 우리는 입주가 4개월 남은 투룸 아파트를 전, 월세 매물로 등록하고 나왔다. 휴,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툴고 어색하다. 주담대가 남아있어도 세입자를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담보대출을 받아도 된다고 하시는데, 남편과 나는 그럼 들어오시는 분이 마음이 어렵지 않을까요 라며 부동산에서 동화 찍는 모드를 보여준 것 같다. 한 건을 처리했다. 이제 우리가 몇 달 뒤에 어디 살고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하나는 줄였다. 내 직장과 애들 학교 근처 어딘가에 우리는 살고 있을 것이다. 남편이 물었다. 분양권 알아보러 가냐고.


"아니, 일단 지금 있는 것에 감사하는 시기를 좀 더 갖고 싶어."


그렇다. 우리는 돈을 벌고 싶다. 어느 방법으로 버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적어도 남들은 저렇게 하는데, 누구는 저만큼 갖고 있는데 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액션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러니 돈을 좇는 선택이 아니라, 재미있게 하다 보니 돈이 따르더라 라는 선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더 큰 욕심이 있다. 그렇게 나는 만두를 집어 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집어 들지 못한 걸 수도 있다. 나중에 그 분양권을 보며 헐 이렇게 오르다니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제는 투자는 아니어도 무언가의 첫날이기는 했다. 투잡을 위해 등록한 학원에 첫 등원한 날. 쉽게 말하면 글을 다루는 학원이라고도 하겠고 책이 아닌 다른 형태로 쓰이고 발표되는 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재능으로 돈을 버는 것이 돈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어려운 이유를 이제야 알 게 된 것 같다. 우리는 돈은 믿는데, 나 자신에게 있는 능력은 과소평가하며 도무지 믿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를 할까 투잡을 할까라는 우문에 현답은 뭔가 드라마틱한 극적인 대답이 아닌, 오늘의 출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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