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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인이 된다는 것

by 스테이시

안타깝게도 어릴쩍부터 내가 가져왔던 집주인에 대한 이미지는 온통 나쁜 것이었다. 단 한번도 집주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지 못한 것은 내 실수는 아니겠지만, 그로 인해 집주인이 되지 않는 것이 정의로운 쪽이라고 오해했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웃프다.


내가 집안 사정에 이해도를 높여갈 때 쯤, 우리가 살고 있던 집에 전세가 만기가 되고 전세금을 올리기 쉽지 않았던 아버지는 월세를 내시기로 결정하셨다. 지금은 월세도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월세를 받으면 정말 악덕 집주인인 줄 알았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집주인이라고 나쁜 사람인 것도 임차인이라고 다 착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나도 집주인이 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신혼부부 특공으로 첫 신청한 청약에서 덜컥 당첨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집주인이 되었고, 오늘은 그것이 실감이 나는 첫번째 날이다. 청약에 당첨된 날도 아니였고, 첫 계약을 하러가던 날도 아니였다. 거의 다 지어진 아파트를 멀리서 바라보던 순간도 아니였다. 부동산에서 사모님이라고 부르실 때도 아니였다. 바로 오늘 세입자를 만남으로서 나는 비로소 집 주인이 된 것이다.


당첨 이후 거의 매일 고민했다.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을까? 일단 세를 두어야 할까? 재테크적인 면이 우선시 됬다면 무조건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아이들 학교와 내 직장 등의 삶의 터젼을 다 같이 한 꺼번에 옮기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였다.


결론은 타이밍 관점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동산에 세를 등록했다. 3월 부터 가서 귀찮게 했지만 인터넷에 매물을 올릴 수 있는 건 입주예정시기 3달전이란다. 5월5일이 넘어서 첫 광고가 올라갔다. 신기했다. 와~ 우리집이야~ 남편과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고 신기했다.


한 편으로는 우리도 이 동네에서 다시 살 집을 구해야 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2년이 이렇게 지나갔다니. 동네 부동산에서 집을 몇개봤는데 낡은 집인데도 금액이 후덜덜이다. 이제 실전이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임대주택을 졸업하는 날, 즉 졸업식날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은 이랬다. 같은 놀이 공원을 이용해도 어린이는 만 원이면 어른은 이 만원이다. 하지만 어느 어른도 왜 어린이 보다 많이 내야 되는지 불평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이제 훨씬 많은 주거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동네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이 나와서 먼저 계약을 했고 우리의 새 집은 아직 온라인에 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딱히 반응이 없자 이내 조금 불안해졌다. 아직 입주가 3달이나 남아서 급하지 않았지만 걱정은 됬다. 이 와중에 부동산 중개인께서 호가가 높아졌으니 우리것도 더 높이시겠단다. 아저씨께 문자가 오면 내 대답은 거의

"네~~" 가 다였다. 그 만큼 모르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저녁 난 뭔가 깨달아졌다. 우리 새 집이 미칠듯이 인기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즉 단 한명의

사람만 만나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게 납득이 된 후

마음이 편해졌다.


그 다음 날 문자가 왔다. 부동산 아저씨였다. 올린가격에서

조금 깍아주면 계약한다는 예비 신혼 부부가 있단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보지않고 "네~" 라고 대답했다. 내가 아는 남편은 왜 깍아주냐고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터넷 호가랑은 차이가 있지만 처음 예상보다는 좀 더 괜찮은 조건으로 세입자를 맞이했다.


누가 보면 호구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집주인으로서 역할에서 최대한 정중하고 따뜻하게 노력할 것이고 또 다른 면에서 나도 세입자니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감사히 내가 바랬던 대로 예비 신혼부부라고 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우리 집에서 보내시게 되는 것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이렇게 실전 이사 프로세스를 처음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준비하면서 미처 몰랐던 부분이 하나 더 있었다.


양 쪽 부동산 복비와 이사비용이 500 만원정도 들 예정이라는 사실말이다. 그리고 이사 날짜도 이제 우리가 단독으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 새삼스럽지만 어색하다. 남편이 가계약금을 받더니 표정이 상기되어 보인다. 그래서 한 마디 해줬다.


"여보 그거 우리 돈 아니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 분들 돈은 빌려쓰는거야. 잘 보관해."


이렇게 집주인 역할도 잘해낼 수 있겠지. 조금씩 조금씩 할 줄 아는게 늘어나게 되어 감사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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