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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Jul 12. 2020

둘이라서 살 수 있는 장난감, 그 사치

학교에 가지 못해 더 많은 시간 붙어 있는 아이들은 내가 볼 때마다 티격태격하고 있다. 집에서만 그러고 있는 게 아니라 차 안에서도 누가 자리를 더 차지하느니 마느니 이런 사소한 걸로도 시끄럽게 하기도 한다. 어디서나 모범생 같은 캐릭터로 칭찬을 듣는 두 명인 데도, 유독 서로에게만은 왜 저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알 수가 없다. 


장난감을 사도 같이 사야 하고 신발을 사도 같이 사야 하는 두 자녀의 운명은 부모가 감당해야 하겠으나, 둘의 관계는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쉬운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분쟁이 있을 경우, 누구 하나의 편을 들어줄 수도 첫 째한테 매 번 양보하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타 집과 다르게 우리 집은 동생이 양보를 하는 편이다. 아빠를 닮아서 평화주의자인 것 같다. 


참, 그렇게 으르렁 거리던 녀석들이 모던하우스에서 우리가 컵을 고르는 동안 둘이 깔깔 거리며 놀고 있는 것이다. 봤더니 2인용 축구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제 컵을 결제하고 갈 시간이 됐다 하니까 이 게임을 더 해야 돼서 안된다는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칼같이 끊었을 나이지만, 둘이 저렇게 하하호호 무언가를 같이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인 나머지 충동구매를 해서 집에 사 오고 말았다. 


아, 엄청 부피도 큰데 어디에 놓아야 하나 싶다. 일단 식탁에 떡 올라가 있는 장난감. 아이고, 곧 있을 이사에서 장난감 다 버리려고 했는데 계획이 벌써부터 실패다. 하하하. 


이제 둘이 저걸 같이 하기 위해서라도 싸우지 않겠지. 혼자서는 절 대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해서 속이 좀 아팠지만, 외동은 할 수 없는 둘이라서 할 수 있는 것을 누려보는 것도 사치지만 한 번 해보지 뭐 하고 질렀다. 남편은 집에 와서 오늘 쓴 카드내역을 정리하고 있고, 두 녀석은 마트에서 마저 못했던 한판 승부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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