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8개월 전쯤 딸아이는 학교에서 햄스터를 받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 날 따라 허락해 주게 되었던 그 결정은 지난 2년에 가까운 시간 나의 삶을 바꿔 놓았다.
너무 작고 부드러워서 지어주었던 이름 솜솜이가 어울리지 않게 비만 햄스터가 되었을 때도 있었던 녀석이 최근에 햄스터 치고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일까 살이 부쩍 빠진 것이 보인다.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녀석, 며칠 새 할아버지 햄스터가 된 것 같다.
차라리 시끄럽게 해서 내 신경을 건드릴 때가 좋았던 것 같다. 녀석의 기운 없는 모습은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한 없이 미안한 마음을 녀석이 알까...
내 하루 일과는 솜솜이의 물을 찬물로 갈아주는 걸로 시작되었는데, 요즘 나는 아침에 이 녀석이 내 곁을 떠나버린 건 아닐까 두렵다. 집 밖에 나가면 일에 치여 삶에 치여 생각도 못하지만, 늘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오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아니 이렇게 서서히 지구별을 떠나게 된다는 상상을 하니 벌써 마음 한편에 바람이 분다.
아팠다가도 일어났던 몇 번의 고비처럼 다시 회복되길 바라는 것은 수명이 다해가는 햄스터에게 고된 부탁일지도 모르겠다.
솜솜아, 나를 만나서 행복했니?
해준 것이 없어서 미안하기만 한데 이별이 다가오는 것 같아 눈물이 차오른다.
작고 방울 같았던 너를 만나서 난 나름 행복했어. 혹시 몰라서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주문했는데, 로켓 와우가 아니고 로켓 배송이라서 너에게 줄 수 없게 될까 봐 걱정이 돼.
솜솜, 잘 자고 내일 만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