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고지서 도착

by 스테이시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무언가를 진짜 확인하려고 애를 쓴다. 때로는 그냥 믿으면 되는 것을 말이다. 얼마 전 선물로 받은 화장품도 한참을 뜯지 않다가 몇 주가 지난 오늘이 돼서야 뜯었다. 혹시 마음이 바뀌었다고 돌려달라고 한다거나 하면 어쩌지, 지금까지 좋은 관계였는데 어느 날 사이가 안 좋아지면 등등 일어나지도 않은 일 그리고 일어 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는 건 그나마 잘하는 것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집도 그렇다.


청약이 당첨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잘 실감이 안 나고 믿기도 힘들었다. 그 뒤로도 아파트가 올라오는 것도 보고 다 지어진 아파트 하자점검도 가보고 했지만 우리의 잔금을 놀랍게도 거의 모두 현금으로 치러주신 고마우신 세입자 분들이 계시는 연유로 나는 아직 그 집을 만끽하지 못하였다. 가끔 그 근처를 지날 때 가서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며, 언젠가 우리도 들어가 살 수 있겠지라는 막연함을 만끽했을 따름이다.


물론 계약서도 있고, 은행 서류도 있고 여러 종이들도 있긴 했다. 증거로 말이다. 하지만 의심이 많은 내 입장에서는 그건 민간 대 민간의 증거일 뿐 내가 집이 있다는 것이 공식적인 것이 아닌 느낌이었다. 유주택자가 되면 나가라고 공지가 오는 행복주택에서도 나는 만기가 되기 전에 제 발로 걸어 나왔기 때문에 내가 유주택자이기 때문에 생긴 달라짐은 뉴스로만 접했을 뿐이다. 전세대출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등등의 이야기에 지레 겁을 먹기도 했던 나는 분양받은 지역이 재개발지역이라 등기가 오래 걸림으로 공시지가가 나오지 않아서 그 제약에 걸리지도 않는데도 전세대출을 피하는 웃픈 결정들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남편에 계속 물었다.

"세금 고지서 왔어? 세금은?"

이라고 말이다. 세금을 이토록 기다리다니.


작년 7월에 준공이 된 우리의 아파트였기에 6월을 기준으로 하는 재산세에서 작년에는 자유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올해, 우리는 뉴스에서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그 세금을 만나게 되었다. 고지서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사히 당도한 것을 보니, 절대 놓치지 않고 세금을 받아내겠다는 의지의 확고함과 우리가 진짜 유주택자가 되었다는 확실함이 밀려왔다.


반가웠던 것은 저 봉투까지 였다는 것이 반전이다.

봉투를 열고 생각했다.


단기 알바라도...

아니, 여름방학 학원 특강 취소 전화를...



아, 이 편지가 반가웠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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