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25분, 모두가 자는 이 시간 나는 잘 수가 없다.
원래도 새벽형 인간이지만, 뻐근한 팔 덕분에 돌아누울 수 없는 탓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선택을 했다.
7월 22일, 강남 일원동의 예방 접종 센터를 방문했다.
오픈 15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줄은 몇 백 미터에 달했다.
어학원 접종 대상자들이 지난주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한 고로, 줄에는 30% 이상이 외국인으로 보였다. 도착해서 2시간 정도 이내에 모든 과정을 마쳤으니 아주 고생스러웠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대기를 하고, 문진표를 쓰고, 의사 선생님의 열나면 타이레놀 드세요 라는 짧은 멘트를 뒤로 한채, 접종 대기실에 앉았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
주사를 맞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 감상에 빠지려는 찰나
"5번으로 들어가세요."라고 하셨기 때문에 망설임 조차 사치였다.
독감 예방 접종을 맞아도 열이 나는 나이기에 조금 두렵기도 했다.
이거 평일에 맞고 열나서 내일 출근 못하면 어떡하지 라고.. 현실적으로는.. 결근하면.. 월급 차감이 되는 건가..라는 잡생각들이 나를 찾아올 때쯤, 이미 문자가 도착했다. 2차 접종에 대한 예약 문자였다.
새삼 우리나라의 빠름에 감탄했다.
30대 여성이라는 군에 속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백신을 이렇게 빨리 맞게 될 줄은 몰랐다. 몇 주 전, 어학원 강사들 집단 감염 사례 때문인지 갑자기 어학원 종사자들 모두 대상이 된 통에 말 그대로 얼떨결에 모든 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내 원어민 파트너도 어제 접종을 마쳤다. 우리 둘 다 내일 안 나오게 되면 어쩌지 라고 걱정하며 금요일 업무의 상당 부분을 해놓았는데, 지금 새벽 3시까지 이렇게 있는 걸 보니, 정상 출근은 문제없을 것 같다.
백신 근육통으로 잠을 못 자는 건지, 어제 마신 2잔의 커피 때문이지 알 수는 없지만, 모쪼록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