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잘 쓰고 싶었다. 오랜 예고 끝에 드디어 찾아온 녀석이 아닌가.
이직 준비 아니 전직 준비를 위해 여러 가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던 나는 15년 만에 컴퓨터 학원을 방문했다.
결국 포토샵과 일러스트 수업을 듣기로 결정하고 결제 데스크 앞에 섰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저희는 큰 학원이어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안되세요.'
두둥!
생각이 오고 갔다. 빠르게.
재난지원금이 없었으면 나는 오랫동안 묵혀둔 이 배움들에 대한 갈망을 이때 실천하지 않았을 텐데 ᆢ
그러나 이미 이걸 배워서 무슨 일을 해야 되겠다 까지
생각해 버린 고로 풍선에 바람을 넣고 안 묶을 수는 없었다.
또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다른 옵션으로 퇴근 후 글을 쓸 수 있는 공유 오피스를 잡는 것에 대한 고려였다. 브런치 공모전 기간은 왜 이리 매년 지나갈 수 없는지 , 뽑힐 확률이 희박한 줄 알면서도 또 속는다.
그러나 이 것 또한 재난지원금은 쓸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공모전 준비를 나중에 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그냥 돈이 뭉텅 출금된 장면을 목격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돈 먹는 하마, 우리 집의 걱정꾸러기가 된 채 10월을 살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나에게 새로운 것을 시작할 마음을 주었다. 돈은 내주머니에서 나갔고 말이다.
이런 것이 소비 활성화 인가 싶다. 그래서 재난지원금은 어떻게 되었냐고?
컴퓨터 학원과 오피스 옆 밥집에서 쓰이고 있다.
곧 바닥을 드러낼 참이기도 하다.
나는 재난지원금을 의미 있게 잘 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