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1년에 두 번 정도 아프고는 했다. 1년에 한 번은 응급실을 방문해야 했던 나에 비하면 놀래키는 법이 없는 친구지만, 한 번 아프면 길다란 키에 흐느적 거리기까지 아파한다.
어제는 퇴근하면서 집에서 쉬고 있는 남편을 위해, 죽을 사고 약을 사가기로 했다. 죽 집 근처에 약국에 들렸다.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순간, 무언가 장소에서 올드함이 느껴졌는데 약사분도 꽤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다. 증상을 설명하는 나에게 그 분은 두 가지 약을 권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스틱형태였다.
음, 뭔가 이상하다.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다른 약에 이미 1일3회라고 네임펜으로 쓰셨음에도 불구하고
"아 이거말고 저거가 날까"
혼자말 하시더니 약을 바꾸셨다. 바꾼 약 박스는 꽤 오랫전부터 재고로 있었나 싶은 색과 디자인이었다. 내가 약에 대한 식견은 없지만 그 분에게서 전문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자 불안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9천원.
음, 좀 비싸네 하고 돌아섰지만 무언가 느낌이 못미더웠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감성적이었을까?
길을 걷다가 보이는 다른 약국에 들어갔다.
남편과 비슷한 또래 약사분이 재빠르게 약을 집어주신다. 자신이 아플때 먹어봤다라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집에 오면서 내 씀씀이에 대한 반성도 들었지만,
집에 와서 남편과 이유를 복기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약국에서 주신 스틱들은 알아보니 증상과 직접관련이 없는 건강보조 식품이고 개당 가격이 싸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약국은 이렇게 세일즈를 하는 것 이란 말인가!
살짝 쿵 충격이었다.
먹으면 도움은 되겠지 라는 말로 마음을 달래 본다.